[사회적 소수자와 돌봄] 동성 파트너를 간병하며 경험하고 배운 것들 2년을 꽉 채워 투병하고, 파트너가 세상을 떠났다. 40대 초반이었던 동성 파트너의 투병 생활을 함께하며,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깨닫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나에게 차곡차곡 쌓였다. 나의 파트너 력사는 튼튼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심각하게 아픈 일도 많지 않았고, 그때의 우린, 건강을 걱정하기엔 젊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홍삼도 먹고 운동도 곧잘 했지만, 그 이상 뭔가를 더 하진 않았다. 아니, 뭘 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발병하기 2년 전, 파트너는 급작스러운 하혈을 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하혈은 꽤 오래 갔고, 응급실과 산부인과 진료를 여러 차례 받았다. 큰 질병이나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
전유경 에세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이 넘은 지금, 길었던 격리의 삶이 마무리되고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이 시점에도 회복이라는 말이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되지만,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나고 고요했던 밤의 모습도 조금씩 사라진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이들이 찾았던 곳, 때때로 오랜 시간 줄서서 기다려야 했던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또한 안녕을 고하고 있다. ‘OO 선별진료소 마지막 운영’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정말 엔데믹으로 접어드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살짝 마음이 들뜬다. 이런 시기에 만난 책 (전유경 지음)는 코로나19와의 이별을 기대하느라 잊을 뻔했던 것들, 그리고 알지 못하고 지나갈 뻔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