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밖으로[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어떤 공동체 운동 시작 전. 사람들은 수다가 한창이다. 나를 빼곤 전부 중고등학생이다. 익숙한 풍경이다. 크게 둘로 갈라져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혼자 스트레칭을 한다. 한 여자아이가 학교를 공학으로 갔어야 했다며, 아쉽다고 말을 꺼냈다. 그래도 체육관에 와서 남자아이들과 교류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다른 아이는 그럼에도 여긴 아니라고 툴툴거렸다. 여전히 익숙한 풍경이다. 여중, 여고를 나왔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해 있었다. 학원에서 만난 남자애 이야기, 아는 오빠 이야기, 누구랑 누가 사귄다는 이야기를 하느라 쉬는 시간이 모자랐다. 딱히 이성에 관심이 없던 나는 말이 ..
우리는 어디든 존재한다[머리 짧은 여자] 미투(MeToo) 위드유(WithYou) “어? 이거 성희롱이야? 자꾸 이러면 나도 미투 할거야!” 누군가 농담 투로 말을 훅 던지고, 사람들이 웃는다. 미투(#MeToo) 운동을 농담 소재로 써먹을 수 있는 건,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는 어떤 여유 덕분이다. TV에 나오는 저놈들은 아주 빌어먹을 놈들이지만,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에 웃을 수 있다. 학교에서 언어 성희롱을 하던 남교사, 직장 회식자리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손깍지를 끼던 유부남 선배, 체육관에서 엉덩이를 발로 밟는 안마를 시키는 관장님. 그들도 아마 TV를 보며 성추행 가해자들을 욕하고 있을 것이다. 미투 운동을 농담 소재로 삼아 웃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가해자는 어디에나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