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가정, 탈조선은 해도 탈원룸은 어려워 ‘20대’ ‘비건’ ‘여성’의 홀로서기(1) 다양한 시각으로 ‘주거’의 문제를 조명하는 기획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ildaro.com 집 나간 딸은 세계로 사라졌다 24살의 추웠던 2월 어느 밤, 집을 나섰다. 지난 수개월 간 계획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갑자기 나올 생각은 없었다. 청소년이 된 후부터 줄곧 가족을 떠나고 싶었다. 종종 죽어버리고 싶었다. 남을 미워하는 것도 능력이라, 다른 이를 저주하지 못해 내가 죽어버리고 싶었던 날들이 많았다. 그래도 대학생이 되고 나선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괜찮았다. 거의 매일, 아침 9시에 집을 나와 밤 12시에 들어가곤 했다. 23살엔 늙어 치매가 온 강아..
부서져 마땅한 세상을 다시 쓰는 법[페미니스트의 책장] N. K. 제미신 『다섯 번째 계절』 ‘이 점을 명심하라. 한 이야기의 끝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모든 일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사람은 죽는다. 옛 질서는 무너진다. 새 사회가 탄생한다. “세상이 끝났다”라는 말은 대개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행성은 변함없이 존재하기에.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완전히.’ 여기 ‘네’가 있다. 너는 한 세상의 종말을 마주한다. ‘고요’라는 이름을 가진, 소란스럽고 흔들림이 끊이지 않는 대륙을 본다. 이 종말의 시작에 있는 어느 죽음을 본다. 사실 어느 죽음은 하나가 아니다. ‘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이 세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