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윤하의 네번째 이야기 며칠 전, 마음에 드는 한 웹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난 망설이지 않고 회원가입을 클릭했다. 그리고 요구하는 문항들에 꼼꼼하게 체크를 해 나가다, 결혼여부를 묻는 질문 앞에서는 늘 그렇듯 뭘 쓸지 잠시 주저했다. 미혼, 기혼, 나는 그것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혼’이기 때문이다. 18년 전, 이혼할 당시 내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난 정말 어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혼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결혼은 했냐’고 질문 받을 때마다 “아직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끔은 “나이도 제법 되는데, 결혼해야죠!”하며 덧붙이는 사람한테는,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요”라고 더 거짓말을 늘어놓곤 했다. ..
[일다] 엘프리데 옐리네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 그녀의 소설은 신랄하고 냉혹하기로 유명하다. 그녀는 실험실 속의 쥐를 보듯 사회를 관찰하는데, 어디엔가 꼭 있을 법한 전형들을 설정해 그 인물들의 행동과 숨겨진 심리를 낱낱이 해부하고 비판한다. 그간 한국에 소개된 의 경우 중년 여성에게 ‘작업’을 거는 젊은 남성의 정복욕이나 딸을 통제하고 싶어 안달이 난 어머니의 행태를 까발리고 있다. 그녀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이유도 남성, 여성을 막론하고 속물적이고 추한, 감추고 싶은 면모들을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신분상승과 로맨스 사이 은 ‘남성과 여성의 결혼의 정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제시된 소설이다. 작가의 의견에 따르면 대학을 나온 몇몇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