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6) 지연 선배를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다. 볼 일이 있어서 우리 집 근처를 지나는 길에 잠깐 만나자는 선배의 연락을 받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길을 나섰다. 요즘은 서로 바빠서 2,3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지만, 이혼 직후 대학원을 다닐 때는 그녀와 곧잘 어울려 다녔다. 선배는 나보다 꼭 12살이 많았고, 당시 박사논문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을 좋아했다. 그녀는 남편과 중학생인 아들과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 나이에도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가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내가 이혼을 했다는 건 대학원 동료들은 물론, 교수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선배는 달랐다. 선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다] 딸을 만나러 가는 길 (5) 전남편과의 기억 20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과 연애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여전히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그와의 관계가 이혼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그 시절 그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내가 그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운동권이라서였다. 나 역시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졸업 후에도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었다. 남편과 연애할 당시는 대학 졸업 직후였는데, 사회진출 모임을 하면서 진로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그를 만난 건 문학운동 단체에서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운동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애국심으로 넘쳐, 나는 그 사람이 내 운동가적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 다음으로 좋아한 이유는 그가 시인이라서였다. 햇볕 잘 드는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