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2) 저녁식사를 마쳤을 만한 늦은 저녁이면 우리 동네 사람들은 산책을 많이 한다. 공원이나 하천변을 거니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도 그들 틈에서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어제 저녁, 공원에서는 이웃 주민 두 명을 만났다. 일부러 연락하며 볼 만큼 가깝게 지내는 이들은 아니지만, 길에서 부딪치면 인사를 나누고, 이렇게 산책길에 우연히 만나기라도 하면, 함께 걸으며 사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사이라서 반가웠다. 그러나 흥미로운 화제 거리가 없어,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한 명은 너무 남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태도 때문에 호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다. 유명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인..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1) “벌써 20년입니다. 1991년 5월…. 그때 군 복무 중이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늘 마음의 짐이었고 어두운 구석이었습니다. 20년이 다 가도록….” 한 친구가 김귀정 열사의 추모음악회를 홍보하면서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글이다. 김귀정은 1991년 5월 25일 충무로 거리시위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사망한 대학생의 이름이다. (당시 성균관대 학생이었던 김귀정 열사는 노태우 군사정권의 공안통치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망 후 추모 2주기를 맞아 민사소송이 제기됐으며, 이후 법원에서 국가의 과잉진압 책임을 인정했다.) 그 친구가 잊고 있던 김귀정 열사를 기억하게 해주었다. 그 사건이 벌써 20년이 되었다는 데 나도 좀 놀랐다. 세월이 참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