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19) 대학을 졸업할 당시, 주위에서 공장에 취직할 계획을 세운 사람은 나만은 아니었다. 노동자들과 문학운동을 펼치고 싶어 하는, 문학 동아리 소속 대학생들이 모여 사회진출 모임을 만든 건 4학년 가을의 일이다. 거기서 희수를 만났다. 우리 모임의 여학생들 중 유일하게 공장 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나와 그녀뿐이었다. 희수와 난 나이가 같아 금방 친해지기도 했지만, 그녀가 참 좋았다. 그녀는 내가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거침없고 용감했는데, 내게 그런 희수의 모습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희수는 그렇게 ‘부러움이란 절대로 따라할 수 없을 때 생기는 감정’이라는 걸 내게 깨닫게 해 준 아이였다. 우리는 함께 서울에 있는 한 작은 공단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공장을 골라 활동을 시작..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7) 일에 대한 사색 2 얼마 전, 여고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긴 세월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터라 서로 연락이 닿질 않아 모임에 나온 동창은 나를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중 셋은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윤택한 생활을 하는 전업주부이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셋은 자기일이 있어 경제적으로 자립적이지만, 한 친구는 결혼은 했어도 아이가 없고, 나는 결혼뿐만 아니라 육아의 경험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 동창모임에 나온 우리들 대부분은 직업과 양육의 양자택일 앞에서 결과적으로 반쪽만 챙겼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몸이 아픈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