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에 내 가게가 있다는 게 좋아 문양효숙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문양효숙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가끔,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시장에 갔다. 무언가를 사고파는 분주한 움직임과 손님을 끌기 위한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 사이를 천천히 걷노라면 펄떡이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삶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힘으로 수레바퀴를 굴리는 사람들만이 지닌 강인한 에너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대로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너무 강하고 거칠어 압도될 때도 있지만, 시장의 생기는 펄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삶을 깨우곤 했다. 그런 에너지가 만나고 모여 있는..
난세를 주파하는 ‘몸의 힘’ 몸 탐구③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풀 뽑는 할머니의 고요하고도 단단한 몸짓 아침부터 뒷집 할머니가 밭에서 풀을 뽑고 계신다. 그 뒷모습이 마치 움직이지 않는 정물 같다.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조금 후에 보면 저만치 가 계신다. 분명 움직이고 있는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 동작이다. 밭을 매고 있는 할머니에게서 느껴지는 저 고요함은 무엇일까? 지금 하고 있는 일 이외에는 다른 것이 없는, 그리하여 자신이 바로 그 일이 되어버린 자의 모습. 풀을 뽑으면서 마음속으로 여기도 뽑아야 하고 저기도 뽑아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