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어긋난 자식을 양육한다는 것 한 장애여성이 읽은 얼마 전 MRI를 찍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 할 일이 있었다. 2~3년마다 있는 일이라 이번에도 별 느낌 없이 입원 수속을 밞고 환자복을 갈아입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한숨을 내쉰다. 엄마는 모아둔 돈을 병원비로 쓰고 있는 딸의 상황이 답답하고, 이제 나이 들 대로 들어서 중년의 딸 병원 시중을 들어야 하는 현실에 짜증이 나신 듯했다. 옆에 계시겠다는 엄마를 굳이 집으로 돌려보낸 것은 엄마가 옆 환자의 보호자와 하는 대화를 듣고 난 후였다. “난 오래 살아야 해요. 한 90살만 살아도 쟤가 60정도 되니 좋은 시설 보내놓고 가면 되겠지.” “얘 때문에 난 친구도 없어요. 그땐 얼마나 부끄럽던지,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사람..
‘질병 이야기’가 집 담장을 넘어야 한다 반다의 질병 관통기② ※ 2015년 가을 학기에서 10월 14일부터 시작되는 “질병과 함께 춤을! -잘 아프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몇 가지 것들” 수업을 개설한 반다(조한진희)님의 ‘질병 관통기’ 연재입니다. 소개 페이지 http://bit.ly/1OYb8rb 질병을 겪는다는 ‘경험’ 처음 겪는 일은 어려움과 질문을 만든다. 어떤 것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땐 사소한 것도 어렵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도 낯설음이 익숙해지기까지 질문이 꼬리를 물게 된다. 질병을 겪는다는 것도, 건강의 위협이나 불안을 제외하고서라도 낯선 경험이라는 맥락에서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참 투병을 하던 시기,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의 주제는 나의 건강으로 모아지곤 했다.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