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들어줘 엄마 독일에서 심리치료하기⑦ ※ 독일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여성 하리타님이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탐색한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짊어지고 국경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 속에서 삶의 변화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해가는 여정이 전개됩니다. –편집자 주 엄마, 가족, 이 해묵은 서운함 한 달 즈음 되었을까, 나는 자꾸만 엄마의 전화를 피하고 있다.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감정을 지배하는 기억)를 찾아가는 이 심리치료 과정에서 엄마에 대한 해묵은 서운함이 새삼스레 자꾸 치받아 올라와 그렇다. 엄마가 나의 슬픔, 좌절, 고통의 순간들을 외면했다는 것. 그건 날카로운 배신감과 깜깜한 외로움을 불러일으킨다. 감히 단언컨대, 심리적 고비마다 ..
와이너리 건물이라는 그 공간 어느 와이너리에 들어갈까 와인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내가 와인 생산 지역 근처에서 오래 산 것도 계기였지만, 무엇보다 들로 산으로 다니기 좋아하는 이유가 크다. 도시 밖으로 나가 길 따라 다니다 보면 포도밭이 널려있고, 도시에서 소풍 나온 여행자에게 캘리포니아의 넉넉한 시골인심으로 와이너리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지금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길을 떠나기 전에 와인 지역을 정하고 방문할 와이너리 리스트를 미리 뽑아놓고 거의 대부분 예약을 한다. 그래서 변수가 별로 없고,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와인을 만나면 더 재미있고, 와인 맛이나 서비스가 기대치에 모자라면 실망한다. 와인관광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전엔 길 가다 불쑥 와이너리에 들어가는 뜻밖의 만남이 많았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