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 시대, 페미니즘 다시 쓰기] 여성운전 프로젝트 ‘언니차’ 내가 운전면허를 따러 갔을 때는 2006년이었다. 약간의 호승지심이 있던 나는 1종 면허를 따 보고 싶었다. ‘남자는 1종’ 같은, 그게 뭐라고 무언가 대단한 것인 양 우쭐대는 시류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다. 그러나 1종 면허를 따겠다는 생각은 친구의 반대에 부딪혔다. 뭐하러 어렵게 수동을 따는지, ‘우리’가 차를 사게 될 때쯤엔 수동 기어 차도 거의 없을 거고 승용차를 몰 텐데 그럴 필요 있냐는 거였다. 무엇보다 내가 1종을 따면 자기와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없지 않냐는 말에, 뭐라고 반박하기 애매해서 친구와 2종 보통 면허에 응시했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때 친구가 말리지 않았더라도 학원이 말렸을 것이다. 언니차 활동을 하면서, ..
의 정여름 감독을 만나다 ▲ 정여름 감독 영화 (2020, 33분,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스틸컷 미군들에게서 빌려온 수많은 눈들 정여름 감독은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를 하다가, 미군기지 내 ‘체육관’과 ‘포켓스톱’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미지들을 단서로 미군기지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체육관’(PokeGym)은 게이머가 포켓몬을 이용해 대결을 벌이는 장소인데, 게임을 하면서 찍은 주변 사진들을 포켓몬고 측에 보내어 등록하는 과정을 거친다. ‘포켓스톱’(Pokestop)은 포켓몬을 잡는데 필요한 아이템 보급소를 말한다. 포겟몬고를 하면서 미군기지 내의 여러 장소와 기념물을 등록하는 미군들의 시선을 빌려옴으로써, 이제껏 군사기밀과 안보상의 이유로 지도에 표시될 수 없었던 용산 미군기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