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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시대, 페미니즘 다시 쓰기] 여성운전 프로젝트 ‘언니차’

필자가 어릴 적 목마를 타던 모습. 이연지(여성가족부 청년지원사업 언니차 프로젝트 기획자) 기사 바로가기 https://www.ildaro.com/9352

내가 운전면허를 따러 갔을 때는 2006년이었다. 약간의 호승지심이 있던 나는 1종 면허를 따 보고 싶었다. ‘남자는 1종’ 같은, 그게 뭐라고 무언가 대단한 것인 양 우쭐대는 시류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다. 그러나 1종 면허를 따겠다는 생각은 친구의 반대에 부딪혔다. 뭐하러 어렵게 수동을 따는지, ‘우리’가 차를 사게 될 때쯤엔 수동 기어 차도 거의 없을 거고 승용차를 몰 텐데 그럴 필요 있냐는 거였다. 무엇보다 내가 1종을 따면 자기와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없지 않냐는 말에, 뭐라고 반박하기 애매해서 친구와 2종 보통 면허에 응시했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때 친구가 말리지 않았더라도 학원이 말렸을 것이다. 언니차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운전면허 학원들이 마치 단합이라도 한 듯 ‘여자분이 1종을 왜 따느냐’라며 의아해하고, ‘굳이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2종을 거의 강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성 수강생이 1종 면허를 취득하겠다는 걸 말리는 운전면허 학원에 대한 글은 SNS에서 몇천 회 공유되었고, 자신도 그렇게 만류당했다는 사례가 몇십 건이나 나왔다. ‘집이 유치원을 운영해서 봉고차 몰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나서야 1종을 수강할 수 있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그때 확실히 느꼈다. ‘이것이 내가 운전에서 느껴오던 미묘한 문턱의 실체다.’라고. 나 역시 언니차 활동의 일환으로 1종 대형 면허를 따러 학원에 갔을 때, 접수처 직원이 “대형 왜 따세요? 어려워요.”라며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보라 했다. 당시 접수실에는 찾아온 사람이 나뿐이었는데, 접수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지 그 직원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만류했다. 나는 그날 집에 터덜터덜 돌아갔다가 다음 날 다른 직원에게 접수했다.

 

‘김여사’를 만든 심리

 

도로 위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누군가 운전에 서툴면, 꼭 차창을 내리고 그 운전자를 보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전자가 남성이면 그냥 지나가거나 ‘미친 놈’ 정도가 되지만, 여성이면 꼭 성별을 언급하며 욕을 하거나 ‘드디어 그 김여사를 만났다’고 생각하며 여성은 역시 운전을 못한다는 자신의 편견을 강화한다.

 

이런 식으로 여성에 대해 상습적으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누구든 당연히 거치는 연습 과정을 수치스럽게 느끼기 쉬우며, 자신은 그 일을 해낼 능력이 없을 것 같다고 자신 없어 하고, 초보라서 당연히 미숙함을 보인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서’ 미숙한 거라고 잘못 생각하기 쉽다.

 

남성과 달리, 한 여성의 서툶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인 것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증거처럼 취급되곤 한다. 이러한 문화는 근본적으로 발전의 가능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려 하면 시작의 어려움에 더해 가혹한 비판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시작하는 남성 청년에게 주는 ‘도전’이라는 훈훈한 말과 달리, 여성의 시작은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으면서 그 일을 하필 해서’, ‘민폐를 끼치는’ 괘씸한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바로 ‘김여사’라는 말을 만든 심리다.

 

 

≪일다≫ ‘김여사’를 만든 사회에서, 내 삶의 운전대 잡기

※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과 공격이 심각한 백래시 시대,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로 다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백래시 시대, 페미니즘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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