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진의 교육일기] 감동을 나누고 싶어하는 아이들 유학시절, 꼭 3년을 살았던 집에 처음 이사를 갔을 당시, 주인집 큰딸 쥴리엣은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쥴리엣이 내게 “너 색깔에 대해 알아?”라고 묻길래, 장난 삼아 “몰라”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갖가지 물건을 늘어놓고 내게 색깔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색에 대해 배운 다음날, 우연히 다시 만난 쥴리엣은 나를 보자마자 어제 배운 걸 복습을 하겠단다. 여러 질문에 척척 대답하는 나를 보며, “너, 정말 똑똑하구나!”하면서, 쥴리엣은 자기 학생이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는 걸 매우 흐뭇해했다. 복습을 다 끝내고 쥴리엣이 내게 물었다. “그럼, 너 시계는 볼 줄 알아?” 불어로 시간 읽는 방법이 얼마나 복잡한지 너..
꼭 이맘 때였던 것 같다. 긴 소매 옷으로 갈아입은 한참 뒤인데도, 그 날만은 반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가야 했다. 넓은 길 대신, 늘 하던 대로 지름길인 좁은 논둑을 따라 걸을 때마다 풀섶 가장자리에 맺힌 이슬이 한없이 맨 발목을 쓸며 떨어져 내렸다. 그래서 더 으스스 추웠던 것 같다. 그날 아침은 이렇게 추웠고, 무엇보다도 슬펐다. ‘운동회 날’인 것이다. 소풍 때면 그렇게 잘 오던 비가 왜 운동회 때는 절대로 오지 않는지…. 초등학교 다니는 내내 운동회는 예방주사 맞는 것만큼 괴로웠던 행사였다. 달리기를 특별히 못하던 나는 출발을 알리는 화약 딱총소리도 무서웠지만, 사람들 시선으로 가득 찬 운동장에서 꼴찌, 아니면 그 다음으로 달리는 게 정말 싫었다. 도착점은 쉽게 나타나 주질 않았고, 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