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죽음의 주인공이길 [이경신의 죽음연습] 중환자실에서 죽고 싶지 않은 까닭 의 저자 이경신님은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 일다 www.ildaro.com 병원이 죽음의 장소로 적당한 곳인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 길 건너에는 장의사가 있었다. 그곳 문은 거의 항상 굳게 닫혀 있었다. 문 밖에 걸려 있던 짚신에 대한 기억이 어슴푸레 난다. 가끔 열린 문틈으로 낯선 물건들도 보였던 것 같은데…. 모두 장례식에 필요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집에서 마지막을 맞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니까, 장의사가 동네마다 한 곳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 김형숙 (뜨인돌, 201..
평화로운 밤을 주는 시끄러운 놀이터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해 저물 무렵 우리 동네 “혼자 살기 무섭지 않아요?” 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얼마 전 이사를 한 우리 집 앞에 있는 놀이터를 은근히 떠올리곤 한다. ▲ 해가 저물 무렵,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노는 동네아이들. © 박푸른들 창밖을 내다보면 나무 사이로 보이는 그곳은 비행기가 뜨고 나는 것이 보이고, 큰 길로 자동차가 오가고, 지하철과 기차가 쉼 없이 다니는 사이에 있다. 이 작은 놀이터는 동네 사람들에게 참으로 요긴한 장소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은 이곳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을 하고, 뛰어놀고,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눈다. 덕분에 그 앞에 사는 나는 서울의 밤이 무섭지 않다. 시끄러운 집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