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오래 외로웠다⑤ 여울을 짓는 빛들 (목우) 오래 아플 때면 몸을 만졌다. 이유랄 것은 없었다. 햇빛이 비치는 오후에,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에, 문득문득 쓸쓸한 생각이 들 때마다 몸을 만지고 나면 안정제를 복용한 것처럼 통증이 가라앉았다. 그 순간에는 내가 될 수 있는 느낌이었다. 풍경과 나, 오롯이 둘. 새소리도 길고고양이 소리도 바람 소리도 사라진 정적 속의 소통. 나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말소리도 작았고 늘 조심조심 걸었다. 삶의 한 부분이 무너져 내린다면 생의 전체가 무너져 버리는 사람, 나는 그랬다. 몸을 만진다는 것은 내 생의 일부였으나, 나는 늘 수치스러웠다. 딸딸딸.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비웃곤 했다.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무 살 무렵부터 몸 만지는 것을 그만두었다. 딸딸..
삶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이가 없도록④ 질병과 성폭력 그 자연스러운 연결고리 (혜정) 죽음은 문득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이상한 말이지만, 당시의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결론에 도달했던 것 같다. 신경정신과 약만으로는 나를 압도해버린 그 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수면제를 들고 한강으로 향하던 길은,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부인하거나 도망치려 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선을 넘어버렸다 생각했고 문득,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여름이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화창한 날이었다. 모임에서 (혜영) 성폭력, 데이트폭력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