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서로를 벨 수 없는 두 개의 칼날 실패한 관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관계 앞에서 지난 실패를 꺼내드는 복잡한 심리야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미정의 경우는 그 실패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앞으로 나와 맺을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그럴 거라는 암시를 주기 위한 시작이었다. 명백한 실패로 남은 관계 대부분이 그런 허술한 보호막을 남기곤 했다. 그건 모녀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 가위: 서로를 벨 수 없는 두 개의 칼날. (이미지 출처: 플리커) “엄마가 이상해요.” 미정의 엄마, 점숙 씨가 미정과 나를 “친구하라고” 소개해 단둘이 어색한 식사를 한 지 한 달이나 지났을까. 자정 가까운 시간에 전화를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어서 폰 화면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하고 나는 시간을 ..
2022 대선 기획: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① 가족의 구성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제 삶을 따뜻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성 열두 명이 밀도 있게 들려주는 주거생애사이자, 물려받은 자산 없이는 나다움을 지키면서 살아갈 곳을 찾기 어려워 고개를 떨구는 독자들에게 조심스 www.aladin.co.kr 서른 셋을 앞둔 지금, 나는 참깨라는 고양이와 함께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다. 안정적인 수입은 없고 은행 대출이자를 갚고 있지만, 지금의 일상에 만족한다. 하지만 이런 나의 만족감과는 별개로 나는 많은 사람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 미완의 존재로 여겨진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직’ 자녀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이미 충분히 선택했음에도 이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