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디에나 있다 성교육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냐고? 2년 전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여했던 교장이 강의 중 이렇게 따져 물었다. “원론적으로는 강사분 말씀이 다 맞지만, 이렇게 교육을 한다고 사람들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네, 변할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변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만 해도 많이 변했고요.” “그래서, 그 마을에는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앞으로 한 건도 안 일어날 거라고 장담하십니까?” 순간 기가 막혔다. 교장은 재차 장담해보라며 추궁하더니 강의 중간에 자리를 떴다. 아마도 평생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해왔을 테고 그 경력의 끝에서 최고관리자 위치까지 오른 사람이 왜 이 교육의 효과에는 회의를 품고 적의를 보..
“우리 또 해고야!”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4번째 해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내 걱정거리는 얇은 양말이었다. 발 시리겠는데. 광화문역을 나와 희뿌연 풍경을 보았을 때도 여전히 신발 걱정. 신발에 눈 들어가면 안 되는데.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다. 나리는 눈발 사이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은 몇 해째 매주 수요일마다 선전전을 하고 있다. 다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어 누가 누군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저 자리가 원래 어둑하긴 하다. 눈에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쪽에서 나를 알아보고 ‘까아~’ 소리 내어 웃는다. 웃음소리로 보아 시그네틱스 노조(분회) 분회장이다. 평소 말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