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을 가지고 노는 후조시들후조시 문화연구기획 7화 ※ 필자 소개: 요오드, 철가루, 비이커로 이루어진 퀴어문예창작집단 ‘물체주머니’는 2014년 , 2차백합 동인지 를 발행하였고, 문예지 를 준비 중이다. (*후조시: Boys’ Love를 향유하는 사람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내 방 책상머리는 후조시(腐女子)들이 펴낸 2차 동인지 표지와 팬 굿즈로 제작한 일러스트들로 가득하다. 소년 둘의 연애를 묘사하는 것 같은 공X수 스티커도 한편에 붙어있다. 소년의 아래에 누운 소년은 고개를 지그시 돌리고 볼을 붉힌 채 엷은 미소 짓고 있다. 이 광경을 본 외국인 친구는 공X수의 한자를 알아보고 흥미로워하다가 이렇게 물었다. “이런 건 레즈비언이 좋아하는 것 아니야?” 팬픽이반 친구들과 학생 시절을 보냈던..
‘과정형’ 인간[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어제보다 오늘 더 새해가 됐다고 조금 들떴다. 어제나 오늘이나 크게 다를 것 없는 일상에서 새로운 다짐을 할 에너지를 얻는 것만으로도 그저 기분이 좋다. 올해는 ‘조금 너그러워지기’를 목표로 삼았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너그러워져야겠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일상 관계에서의 걸림 때문에 피로를 호소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 가지 단어로 사람들을 지레 판단하고 마음속으로 벽을 치기 바빴다. 물론, 때에 따라 나를 지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 관계 차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터지는 사건사고에 질려버린 상태이다 보니,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조차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가 꽤 있었던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