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보호’가 아니라 ‘안전’이 필요하다[이가현의 젠더 프리즘] 연말 금요일의 밤길걷기 시위 ※ 세상을 바라보는 20~30대 페미니스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싣는 ‘젠더 프리즘’ 칼럼입니다. 필자 이가현님은 불꽃페미액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지난 12월 22일은 오랜만에 좀 추위가 가신 날이었다. 아침부터 날씨를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연말 금요일 밤, 건대입구역 사거리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사람들이 북적였다. ‘2017 밤길걷기 시위’를 하기 위해 피켓을 잡고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 모여 있는 불꽃페미액션단은 거대한 파도처럼 흘러가는 인파들 속에 소수였고, 그래서 더 결연해보였다. ▶ 12월 22일 금요일 밤,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열린 ‘2017 밤길걷기 시위’ ⓒ불꽃페..
거짓말[머리 짧은 여자, 조재] 애인을 애인이라 부르지 못하고… S가 놀러왔다. 대한민국 지도 끝과 끝에 떨어져서 사는 우리는 퀴어문화축제를 계기로 친구가 됐다. 부산에서 꼬박 5시간. S는 눈을 보고 싶어 했다. 부산에서는 쌓인 눈을 보기 어렵다나. 마침 S가 오기 전날 이곳에는 눈이 펑펑 쏟아졌다. 나는 아빠에게 친구가 부산에서 놀러오는데 눈이 와서 다행이라며 재잘거렸다. 아빠는 “눈 구경 제대로 하겠네” 하시더니 대뜸 네가 부산에 무슨 친구가 있냐고 물어왔다. 인간관계의 폭이 워낙 좁기에 아빠는 내 친구들을 어느 정도 다 꿰고 있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봉사활동하면서 친해졌어요.” 갑자기 무슨 봉사활동이냐고 다시 물어올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빠는 더 물어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