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를 감추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장편소설 를 읽고 “부모님은 아세요?” 살면서 동성애자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그럴 리 없지 않은가.사람들이 바글대는 공간, 이를테면 학교, 대중교통, 대형마트,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 병원…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곳을 다니면서 동성애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한 권력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권력, 원한다면 영원히 무지할 수 있는 권력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동성애자인 것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걸 알 수가 있겠냐고 반박할 수 있겠다. 사실 정체성이라는 건 부러 감출 필요도, 드러낼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감춘다면, 당연히 이유가 있기 ..
“어서오세요, 조이랜드의 세계로”③ 미술 연극 영화 추리게임이 페미니즘을 만날 때 가을을 알리는 단풍이 자연스럽게 눈에 담긴 지난 10월 21일,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뒤섞여 있는 인사동을 지나, 외부인의 출입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살기 좋은 나라, 조이랜드’로 입국했다. 입국 심사장에서는 조이랜드 입국을 환영하는 안내원들이 나의 신원을 확인한 후, 어떤 기호가 그려진 노란색의 종이띠를 손목에 채워주고 안전통행증을 건넸다. 이름과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말이 적힌 안전통행증을 펼쳐보며 열려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가던 그 때부터 나의 조이랜드 여행은 시작되었다. ▶ 조이랜드로의 입국을 허가하는 안전통행증 ⓒ박주연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 안국역 근처에 위치한 아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