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 (4) 거다 러너 「왜 여성사인가」 사르트르의 재미있는 사고 실험이 있다. 어느 한 방에 여러 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 중의 한 사람을 뽑게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한 사람을 유심히 관찰한 후에 그 사람을 밖에 나가 있게 한다. 이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그 사람을 설명하는 말을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관찰한 것들, 느낀 것들을 종합하면 ‘지금 여기’에 부재하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종합된 그이의 이미지는 실재하는 그와 동일할 것인가. 답은 ‘전혀 동일하지 않다’이다. 하나의 이미지가 구축된 이후에 다시 그 사람을 방안에 불러 들였을 때, 사람들은 자신 앞에 현현하..
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학공동체의 노력 계속돼야 5월말 세상에 알려진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가 소위 ‘명문대’ 학생이며 환자의 신체건강을 다루는 의료인이 될 ‘의대생’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현직 의료인이 환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사법처리 이후 다시 의료행위를 하는데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고, 성추행 의대생들이 현행법상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더라도 의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따라 가해학생들의 ‘출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출교’는 퇴학 처분과 달리 재입학이 불허되기 때문이다.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수위에 대한 관심이 컸던 만큼, 9월 5일 고려대학교는 여론을 의식한 듯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