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윤하의 네번째 이야기 며칠 전, 마음에 드는 한 웹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난 망설이지 않고 회원가입을 클릭했다. 그리고 요구하는 문항들에 꼼꼼하게 체크를 해 나가다, 결혼여부를 묻는 질문 앞에서는 늘 그렇듯 뭘 쓸지 잠시 주저했다. 미혼, 기혼, 나는 그것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혼’이기 때문이다. 18년 전, 이혼할 당시 내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난 정말 어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혼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결혼은 했냐’고 질문 받을 때마다 “아직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끔은 “나이도 제법 되는데, 결혼해야죠!”하며 덧붙이는 사람한테는,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요”라고 더 거짓말을 늘어놓곤 했다. ..
[일다] 손정은의 '명명할 수 없는 풍경展'을 보고 ※ 필자 이충열님은 '현대미술'와 '페미니즘 미술'을 공부하고 있으며, 여성주의를 지지하는 작가로서 현재는 작업을 통해 이성애중심의 가족제도가 파생하는 문제들을 탐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여성 작가 손정은은 세상의 모든 왜곡된 남성권력과 억압기제 등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손정은의 ‘Easter boy 090212041’, 아시아투데이)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 왜곡된 남성 권력에 대한 거부감과 그것에 대한 분노, 응징을 거쳐 화합과 용서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치유 과정을 특유의 연출 기법으로 보여준다.” (또 하나의 굴레… 왜곡된 남성 권력, 한국일보) ‘작가란 당대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는 교란자라는 면에서 그런 역량을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