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나들이(20) 다른 생명체와 공존하려는 노력 “내가 손바닥에 올려놓을만한 지렁이 하나를 고른 이유는 여러 해 동안 그것들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만져볼 생각을 못했다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렁이가 내 살에 닿는 것을 꺼리던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지렁이와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으면서 어찌 뜰의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어둡고 축축한 곳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고 했는지?” (에이미 스튜어트 달팽이, 2005, ‘다윈의 지렁이들’) ▲붉은 큰 지렁이. 비오는 날 땅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지렁이. 출처: 에이미 스튜어트 비온 다음 날이면 동네 곳곳에서 지렁이들과 마주친다. 개중에는 살아 꿈틀거리는 것도 있고, 죽어 널브러져 있는 것도 있지만, 포장된 길에서 방황하며 죽어가는 지렁..
장애여성 몸 이야기⑬ 다름을 이해하기 서 있는 휠체어 장애여성 ▲ 휠체어에 앉아 있는 이미지, 평소 걸을 수 없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가끔씩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당황하곤 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활동가 중에는 중도장애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여성이 있다. 그녀는 스물세 살 때 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되었다. (척수장애는 주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척수손상을 입어 뇌와 신체 사이에 운동신경이나 감각신경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여 후천적으로 신체적인 기능에 중도장애를 갖게 된 것을 말한다.) 사고이후 몇 년이 지났고, 3년 전부터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출근해 사무실 안에서는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고 일을 한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