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실 속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덥고, 무겁고, 피곤한 어떤 하루를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옵니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청하며 침대에 누워봅니다. 혼자 있어 외로울 때도 그렇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힘이 들 때에도 음악은 절실해집니다. 늘 방안을 비추는 컴퓨터 화면에게서조차 벗어나고 싶을 땐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기도 하죠. 엎드려 누워 아무 말 없이 음악만 듣다 보니 새삼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문득 사람들은 왜 음악을 들을까, 왜 그렇게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걸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다가 지난 시간들로 돌아갑니다. 즐겁고 행복하고 슬프고 아프고 답답하고 지칠 때마다 음악에 의지해왔는데, 그럴 때는 내 안에 감춰진 무언의 감정이 또렷해지는 걸 느꼈었던 것 같아요. 내가 현재의..
루네의 첫 앨범「absinthe(압생트)」 누구라도 돌아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음색을 처음 들었을 때 갑자기 어떤 음악들이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는 루네가 전한 낯섦의 충격에서 비롯된 기분으로, 절대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것이지요. 정말이지 그녀의 음악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거든요. 기이한 나비가 바람에 취해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가듯이, 그녀의 손가락에서 힘을 받은 피아노는 몇 가지 반복적인 연주를 시작합니다. 곧 루네의 노래가 여기에 합쳐지는데 그건 마치 몽롱한 화면 밖으로 새어 나온 숨소리 같아요. ‘내일은 더 다가가겠지/ 아무도 없다던 그곳’ (「The Memory Of Nobody」중에서) ‘꿈에 지쳐 날 버린 곳/ 하, 모두 기억나/ 너에 지쳐 날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