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윤하의 네번째 이야기 며칠 전, 마음에 드는 한 웹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난 망설이지 않고 회원가입을 클릭했다. 그리고 요구하는 문항들에 꼼꼼하게 체크를 해 나가다, 결혼여부를 묻는 질문 앞에서는 늘 그렇듯 뭘 쓸지 잠시 주저했다. 미혼, 기혼, 나는 그것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혼’이기 때문이다. 18년 전, 이혼할 당시 내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난 정말 어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혼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결혼은 했냐’고 질문 받을 때마다 “아직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끔은 “나이도 제법 되는데, 결혼해야죠!”하며 덧붙이는 사람한테는,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요”라고 더 거짓말을 늘어놓곤 했다. ..
[일다] 여성과 소외된 이들에게 발언권을 (7) 대학 여성주의 교지 석순에 보낸 편지-2 [올해 초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편집위원회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여성주의자로서 언론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청탁서였는데, 그 안에는 현재 대학에서 여성주의 매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진솔하고도 소중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나는 흔쾌히 지난 10년 간 저널리스트로 살아오며 ‘여성주의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하고 실천한 내용과,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을 정성껏 담아 회신했다. 측의 동의를 구해, 우리가 서로 나눈 편지의 내용을 재탈고의 과정을 거쳐 독자들과 공유한다. 먼저 석순이 보내온 편지를 개재하고, 이어 나의 답신을 4회에 걸쳐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