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정의 멘토 찾기(3) 문화인류학자 송제숙 일촌과 이웃이 난무하는 시대다. 자기 운동화 꼭지에 내려앉은 똥파리 사진까지 페이스북으로 소중히 공유하고, 데이트 외식 메뉴와 헤어스타일까지 꼼꼼히 카톡으로 지도 받을 만큼 우리는 ‘친구’를 쉽게 만나고 많이 나누고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외로운 걸까. 소소한 수다까지는 흥겹게 맞장구치나 뭔가 암울하고 의미심장한 글에는 답글 달기 망설여진다. 타인의 부정적 에너지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무슨 일 있어?’ 혹은 ‘힘 내’ 말고는 뭐라고 해야 할지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한다. 반대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잘 할 수 있어’, ‘화이팅’ 외 진심어린 리액션을 전달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는 과도한 네트워크에 갇혀서 인적 자본으로써 친구 쌓기..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9) "만나야 정이 쌓이죠!" 대학 후배인 현정이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정말 최근의 일이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귀국한지 9년이 다가오도록 한 번도 생각나지 않았던 현정이가 몇 달 전 불현듯 떠올랐다. 지난 수첩을 뒤지고, 주변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현정이의 연락처를 물어보았지만, 그녀와 소식이 닿는다는 사람은 찾지 못했다. “갑자기 현정이는 왜?" 궁금해 하며 묻는 친구에게, “응, 보고 싶어서!” 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다 며칠 전 늦은 밤, 우연히 서랍 깊숙이서 그녀의 명함을 발견했다. 현정이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잠을 설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날 흥분된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의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