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아빠의 ‘똥 창고’ 두엄더미를 긁어내, 속에 있는 따뜻한 두엄에 손을 넣고 싶어지는 건 순전히 아빠 때문이다. ▲ 마을 사람들은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우리 집 옆 큰 창고에 실어 날랐다. © 박푸른들 어릴 적, 살던 집 옆에 어느 날 큰 창고가 세워졌다. 마을사람들은 그걸 ‘똥 창고’라고 부르며 자기네들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실어 날랐다. 아빠는 그것들이 제대로 썩어서 익을 수 있도록 도왔다. 시간이 지나 두엄이 되면 마을사람들과 나눠 유기 농사를 지었다. 아빠의 두엄은 서울 아이들에게도 쓰였다. 그 때 우리 마을은 서울의 한 생활협동조합에 농산물을 팔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기 농사에 대한 서로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1년에 두어 번 ‘도농교류회’라는 걸 열었다..
다정한 날들 집과 길, 사람과 풍경, 몸과 마음을 잇는 삶 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살아가며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그 여정을 담고 있다. 읊조리듯 졸졸졸졸 흘러나오는 작가 특유의 문체는 읽는 이들을 조용히 주목시키고,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도록 돕는다. 작가의 나직한 목소리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우리 안에서 “말없이 웅크리고 있”을 어린 아이를 토닥토닥 다독이며 위로한다. 또, 자연과 야생에 대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도시에서 형성된 공포의 이미지나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그 사이로 평화로운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는, 당분간 이대로 살기로 한다. 가진 것 없고 아직은 변변한 계획조차 없지만, 왠지 올 한 해도 잘 지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