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경험으로 말하다

두엄 속에 손을 쑥 넣던 날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4. 4. 27. 00:01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아빠의 ‘똥 창고’  

 

두엄더미를 긁어내, 속에 있는 따뜻한 두엄에 손을 넣고 싶어지는 건 순전히 아빠 때문이다. 

 

▲  마을 사람들은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우리 집 옆 큰 창고에 실어 날랐다.   © 박푸른들 
 

어릴 적, 살던 집 옆에 어느 날 큰 창고가 세워졌다. 마을사람들은 그걸 ‘똥 창고’라고 부르며 자기네들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똥오줌을 실어 날랐다. 아빠는 그것들이 제대로 썩어서 익을 수 있도록 도왔다. 시간이 지나 두엄이 되면 마을사람들과 나눠 유기 농사를 지었다.

 

아빠의 두엄은 서울 아이들에게도 쓰였다. 그 때 우리 마을은 서울의 한 생활협동조합에 농산물을 팔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기 농사에 대한 서로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1년에 두어 번 ‘도농교류회’라는 걸 열었다. 도농교류에는 여러 행사가 있었는데 그중 서울의 아이들이 마을에 놀러오는 캠프가 있었다. 

 

▲  아빠는 가축들의 똥오줌이 제대로 썩어 두엄이 되도록 도왔다.   © 박푸른들 
 

아빠는 마을 아이들과 서울에서 온 아이들을 불러놓고 충분히 썩고 익은 똥오줌에 쌀겨, 낙엽, 짚 등을 넣고 섞어보라고 했다. 두엄을 만드는 일이었다. 기계로 해도 될 일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손과 발로 문질러 보도록 했다. 서울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을 아이들도 똥오줌을 만지는 일은 익숙하지 않았다.

 

잠시 멈칫거리던 나는, 아빠가 하는 일은 더럽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며 재밌기까지 하는 일이라고, 나랑 아빠는 이 재밌는 일이 익숙하다고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곳에 발을 쑥 넣고 문지르고 밟아대며 너스레를 떤 것이다. 처음 들어온 두엄 속은 따뜻하다 못해 뜨끈했다.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들어왔다. 우리는 치덕치덕 옷에 묻고 손톱에 꼭 끼는 것들도 잊은 채 열심히 문댔다.

 

▲  똥오줌을 치우고 두엄을 만들어 밭과 논에 뿌리는 아빠의 일상이 모두 교육 소재로 쓰였다.  
 

볏짚을 거두고, 가축우리에 깔아주고, 가축에게 먹이기도 하고, 똥오줌을 치우고, 두엄으로 만들고, 밭과 논에 뿌리는, 아빠의 일상이 모두 교육 소재로 훌륭히 쓰였다. 마을과 농장을 기초로 여러 교육을 진행하며 농사를 통해 어떤 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지 소개해주는 아빠야말로 마을 생태교사였다. 나는 그런 아빠 덕분에 나의 주변의 것들을 참 좋아하며 살았다. 

▣ 일다 www.ildaro.com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