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라는 큰 통에서, 우리는 연결돼있어 밀양-청도 할매 할배들의 ‘저항과 연대의 약속’② 밀양, 청도 주민들과 함께 한 72시간의 기록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필자 박이은희 님은 공동 저자이며 여성학을 공부하는 연구자입니다. [편집자 주] 강원도에 쌓인 눈을 구경하며 2014년 12월 16일. 밀양과 청도에서 할매와 할배, 언니들이 꼬박 72시간 동안 전국 열한 곳 저항의 현장을 찾아가는 “밀양․청도 72시간 송년회” 둘째 날.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긴 육개장 국밥과 김치가 아침 식사 메뉴다. 순례자들은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내가 언제 강원도 와서 이래 눈 구경을 하겠노.” 밤새 내린 눈은 온 천지에 소복했고 나무는 저마다의 모양으로 눈꽃을 피워냈다. 쌓인 눈 때문에 버스는 경..
“너, 아이는 낳을 수 있겠니?” 장애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말하다 몇 년 전, 사귀고 있던 사람이 불쑥 물었다. “너, 애는 낳을 수 있겠냐? 네 몸으로 애를 낳으려면 뭔가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 거 아냐?” 황당한 표정으로 멀뚱히 바라보니, 그 사람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자신은 장남이라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하기 때문에, 애를 낳을 수 없는 여자와는 결혼할 수 없으니 미리 물어보는 거라고 했다. 당시 그 사람과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결혼은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있던 시기라, 내 입장에서는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결국 그와의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이를 (정상적으로) 낳을 수 있냐’ 라는 것을 진지하게 연애의 전제 조건으로 보는 그 사람의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