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황에서 읽기 나는 대학에서 여성학을 가르친다. ‘젠더’나 ‘섹슈얼리티’, ‘여성’과 같은 단어들을 포함한 수업을 맡게 되는 나는 첫 출석을 부르며 학생들에게 수업을 듣게 된 이유나 동기를 묻고는 한다. 몇 해 동안 공통적인 답변 하나는 ‘젠더가 굉장히 중요해 보이는데 정작 젠더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가르쳐준 적이 없어요’, ‘젠더갈등이나 남녀갈등이 너무 심각한 것 같지만 왜 이렇게까지 된 것인지 모르겠어요.’ 류의 대답들이다. ▲ 안느 샤를로트 위송, 토마스 마티유 저/강현주 역 표지 이미지 (출처: 청아출판사)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젠더’는 때로는 시대를 선도하거나 힙스터처럼 보이게 하는 유행어처럼, 때로는 사회를 뒤흔드는 갈등과 분열, 혼란의 핵심어처럼 이곳저곳에서 넘실댔다. 단어는 흔해졌지..
임신중지 다룬 희곡 쓴 극작가 이시하라 넨 극작가 이시하라 넨(石原燃) 씨가 쓴 성폭력 피해생존자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이 작년 12월에 일본에서 상연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던 형제들의 갈등과 망설임, 고발과 서로에 대한 격려를 그린 작품이다. 공연을 보고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에 푹 빠져들었다. ▲ 이시하라 넨(石原燃). 1972년 도쿄 출생. 극작가, 작가. 첫 소설인 로 2020년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름. 취미는 키르기스스탄의 구금(口琴) 연주라고 한다. (촬영: 이시다 이쿠코) 이시하라 넨 작가의 희곡은 시대의 부조리와 젠더 문제를 응시하는 시각이 날카롭다. 전 일본군 ‘위안부’를 회상하는 1인극과,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 보도와 관련하여 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