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대하여: 그 길에서 내가 주운 건… 며칠 전부터 날씨가 너무 덥다. 잠시만 나갔다 들어와도 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입추가 지나, 그제야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듯하다. ‘프랑스 남부 여름 날씨가 꼭 이랬는데….’ 나는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프게 하는 더위를 견디며, 옛날 그 일을 생각했다. 유학을 막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프랑스에 도착해 마음 편하게 도와달랄 사람 하나 없이 생활하게 된지 꼭 보름만의 일이다. 남의 도움 없이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가 겁나 쩔쩔매면서도, 안면만 있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손 벌리는 건 더 견딜 수가 없어 괴로웠다. 그날은 여러 날째 미루고 있던 의료보험 가입을 자랑스럽게도 혼자 성사시키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자신감이 충만해지면서, 이제 혼자서 다 잘할 수 있겠다..
▲ 불교사상을 공부하는 박선예 선예를 처음 만났던 3년 전, 아무리 봐도 그는 대학 새내기로 보이지 않았다. 성숙한 외모뿐 아니라, 조용조용한 말투에서도 어른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선예는 좀 가벼워지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고 했다. 선예를 아는 이들은 그의 어른스러움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조금은 발랄하고, 조금은 철없는 20대 여대생처럼 살아도 좋으련만…. 그러나 그의 어른스러움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했다. “언니 둘, 오빠 하나 있는 막내딸이에요. 아주 어렸을 때는 집안의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 제가 미처 철도 들기 전에 언니와 오빠는 다들 절로 출가해버렸어요. 어렸을 때 일이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린 마음에 많이 상처를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