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선물- 반딧불이를 보셨나요? “며칠 전 작업장 근처에서 반딧불이를 봤어요. 여기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녀석이라 얼마나 반갑던지. 깜박깜박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꼭 제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생략)” 그 날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 건, 인터넷 상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는 한 목공예가가 안부게시판에 남긴 이 글 때문이었다. 세상을 향한 큰 창을 가슴에 만들어주신 아버지 아주 어렸던 시절 어느 날, 밤늦게 귀가한 아버지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빨리 불을 끄라고 재촉하셨다. 어안이 벙벙해진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을 껐는데, 갑자기 어둠 속에서 무언가 깜박이며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반딧불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곤충이 있다는 걸..
제주시에서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에 도착했다. 전화 통화를 끝낸 몇 분 후, 저만치서 하얀 모시옷을 입은 이유순 선배가 지축을 울리는 듯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야! 밥 먹으러 가자! 멋진 총각이 하는 식당이 있는데 너 소개시켜주마!” 덥석 내 손을 잡아 끌더니 훠이훠이 앞장서 걷는다.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거인의 발걸음처럼. 팔월 더위에 무작정 잡혀진 내 손은 종종걸음으로 이끌려간다. 그렇게 온몸으로 다가와 말을 걸고, 금새 마음자리 한 켠에 턱 하니 자리 잡는 유순선배의 인상은 순간, 안도 미키에의 동화에 나오는 머리를 부딪힌 곰을 떠올리게 한다. 곰벌에게도, 거북이에게도, 송충이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한 그 곰처럼, 만나게 되는 모든 인연에게 막걸리 잔 철철 넘치듯 자기를 퍼주는 사람.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