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계를 공유한 두 존재의 애착과 생존 영화 과 유사가족 인천 차이나타운의 낡은 골목. 이주민들에게 가짜 신분증을 발급해주며 돈을 벌고, 버려진 아이들을 주워와 앵벌이를 시키며,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에게는 장기 적출과 밀매를 서슴지 않는 어둠의 세계에 ‘마가흥업’과 그 세계를 관장하는 ‘엄마’ 마우희(김혜수)가 있다. 영화 (한준희 연출)은 여타 유사한 분위기나 스토리를 가진 영화들이 남성인물중심의 세계로 그려냈던 조직과 범죄,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소재를 여성이 활약하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그간 남성중심의 어두운 세계에 등장하는 여성배우들은 모성의 담지자이거나 욕망의 객체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은 조직의 보스로 묵직한 중량감을 유지하는 마우희와, 자신이 놓인 세계에 번민하는 일영, 두 명의 주연 여..
여자귀신이 돌아온다 춘향의 딸들, 한국 여성의 반쪽짜리 계보학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입니다. 귀신이 되어 하소연하는 자매 © 김별아 저, 권문희 그림 (창비, 2003) 표지 어릴 때 읽은 은 낯설고 무서웠다. 계모가 전처의 딸들이 마음에 안 들어 물에 빠져 죽게 만들었다거나, 쥐의 껍질을 벗겨 이불 속에 밀어 넣고 처녀가 낙태했다고 모함하는 장면들은 괴기스러웠다. 고전 동화라고 버젓이 읽으면서도 명색이 엄마라는 사람이 전처 소생이라는 이유로 서슴없이 딸들을 죽이려 들고, 처녀가 아니라는 것을 결정적인 모함의 증거로 삼아 딸들이 그 아버지에게 버림받게 한다는 설정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부장의 관심과 자원을 독차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여자들 간의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