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도 있어요?” 광기어린 ‘하녀’의 외침 영화 “하녀”와 김원의 “여공 1970”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 “내 애는 죽건 말건 자기 애만 귀엽단 말이군요… 내가 바보예요. 왜 내 애만 죽여야 되는지 모르거든요.” –영화 의 대사 왜 (김기영 감독, 1960)를 인상 깊게 보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드라마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숨죽여야 하는 욕망들이 뻔뻔스럽게 전면에 나설 때 나오는 말들의 충격. 점잖은 대화에서 결코 하지 않을 말들의 솔직함과 편협함. 그 편협함이 가리키는 진실의 풍경이 좋다. ▲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배우 이은심의 연기도 전설로 남았다. 김기영 감독의 영..
내 나이가 어때서? 와인이 숙성된다는 것 지난 글에서 와인이 동굴 안에서 숙성되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와인이 숙성된다는 건 어떻게 된다는 말일까? 김치가 익고 장이 익듯, 와인도 익는다. 시간이 지나면 변화를 거친다. 레드와인은 검붉은 빛이 벽돌색으로 옅어지고, 화이트와인은 볏짚색으로부터 점점 진해져 꿀색을 담게 된다. 신맛의 날카로움이 덜 사나워지고, 까칠 탄닌도 둥글둥글 부드러워지고, 단순한 과일이었던 맛과 향기도 복잡미묘하게 여러 층을 지니게 된다. ▲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스털링 빈야드(Sterling Vineyards) © 여라 과일이 지닌 신선한 맛과 향을 그대로 지키고 싶으면 와인메이커는 발효를 마친 와인을 스테인레스통에 담지만,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장독처럼 숨쉬는 오크통에 와인을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