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자리에서, 여성들의 글쓰기 ‘시골생활’과 ‘지글스’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입니다. -편집자 주 어디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른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어디에서 쓰는가에 따라 다른 글을 쓸 수 있다. 그 자리가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자리라면 어떨까. 빨랫줄에 널려 있던 형형색색의 마음들이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바람에 펄럭이는 자리라면 어떨까. 넌 나고, 넌 내가 아니고, 넌 나여야 하고, 넌 내가 아니여야 한다고 반듯이 개켜 서랍장에 꼭꼭 넣어둔 마음들이 모두 풀씬풀씬 어깨춤을 추며 제각기 펄럭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더 관대해질 것이다. 결코 선하지 않은 세상에, 그렇다고 악하지만도 않은 세상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
상실의 순간을 지나는 사람들빌 어거스트 감독의 영화 ※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영화 포스터 고요한 풍경 속에 놓인 고즈넉한 집에 두 딸의 가족들이 찾아온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에 손수 준비한 특별식을 갖춘 풍경은 흔한 파티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벌어진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상실의 공기는 어쩔 수 없다 빌 어거스트 감독의 연출작 는 루게릭병에 걸린 엄마 에스더(기타 노비)가 전신마비가 오기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후, 가족들을 불러 함께 보내는 마지막 2박 3일의 시간을 담은 영화다. 이별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큰 딸 하이디(파프리카 스틴)와 그의 남편과 10대 아들, 작은 딸 산느(다니카 쿠르시크)와 남자친구,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