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본 ‘국제시장’ 문승숙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입니다. 영화관에서 을 보고 돌아서는 길에, 엄마가 묻는다. “근데, 왜 저 부인 가족 이야기는 안 나오지? 둘 다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다 만났고 여자도 맏이고 자기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면서, 결혼한 다음 부인 친정 쪽 가족은 어떻게 된 건지, 맏딸이 더 안 벌어줘도 되는 건지, 어찌됐는지 그런 얘기는 없냐?” 이상하다는 것이다. 왜 여자가 결혼하고 나면 남자 쪽 가족으로만, 게다가 의존적인 존재로만 그려지는지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했다. “마지막 장면 참 안됐더라, 남편이 아버지를 부르면서 ‘그동안 힘들었다’고 우는 장면 말이다. 그러게, 남자들이 밖에서 ..
하루하루 그 울음소리를 들으며 살았습니다 최현숙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 –편지자 주 지방에서 일을 보고 서울행 버스를 탔는데 한 여자가 곁에 앉았다. 오육십 대쯤 되어 보이는 그 여자는 휴게소에서 나에게 캔 커피를 건네주었다. 몇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야 하니 심심하던 차에 말동무나 하자는 뜻 같았다. 자기도 고향에 들렀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라 하면서 내게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게 존대했다. “남편과 저는 전라도 쪽이 고향이에요. 결혼을 하고 나서 시어머니와 살았는데 제가 그때 미움을 많이 받았죠. 지금도 그분은 살아계시고. 힘들게 시집살이했죠. 저한테는 밥을 주지 않았어요. 밭에 가서 일할 때 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