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의 오늘…변치 않고 남아있는 역사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십 년 전에 찾아간 송탄의 그 집 안에는 기지촌에서 평생을 보낸 여성들이 앉아 있었다. 그 자리는 기지촌 여성이나 국제결혼한 여성이 머물 곳을 마련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자리였다. 나는 기지촌 현장 출신 활동가인 김연자 님의 삶을 기록한 인연으로, 그들의 조촐한 기도 자리에 초대받았다. 내 옆에는 혼혈인 제인(가명)과 캐더린(가명), 그리고 나이든 그들의 어머니들이 앉아 있었다. 제인은 어린 아이처럼 엄마 곁에 바짝 붙어있었다. 제인의 어머니는 ..
‘내가 살던 집들’에 안부를 묻다 송경동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내 집'이라고 애지중지했던 자리들 가을이면 있던 자리에서 뽑혀나가 하염없이 부유하고 싶다. 땅을 밟고 바지런히 돌아다녀도 싹트지 않는 발바닥의 뿌리, 한곳에 정주하지 못한 마음도 그렇다. 지나간 집들을 돌이켜본다. 2년씩, 길어봤자 3, 4년씩, 내 집이라고 애지중지하던 자리들을 모자이크 맞추듯 죽 이어본다. 스무 살, 서울에 처음 올라와 대학교 앞에 있는 반지하방에 살았다. 반지하방이 영 낯설었다. 자고 나면 등이 푹 젖고, 어두컴컴해 항상 불을 켜두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