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둘, 하나, 그리고 제주 바다 이승희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편지자 주 처음에는 나 혼자였다. 제주도 버스정류장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 자신이 중국인이라며 ‘만장굴’이 어디냐고 묻는다.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그녀는 걱정이 많다. 어떤 버스를 타고 요금을 얼마나 내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숙소에서 알려줬다며 '만장굴'과 '섭지코지' 행선지가 쓰인 종잇조각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단지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긴 했는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딱히 갈 데 없이 앉아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버스에 올라탔을 때 나도..
여성은 어떻게 가난해지는가 정재원의 “숨겨진 빈곤”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게재됩니다. 한 싱글맘이 글쓰기 시간에 한 말이 떠오른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만 없는 게 아니에요. 뜯어먹을 게 없으니 관계에서도 자꾸 소외돼요. 세상에는 나비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애벌레로 태어나 벌레로 살다 죽게 되지요. 저는 목소리를 내고 다르게 살고 싶어서 글쓰기를 배우게 된 거예요.”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뜯어먹을 게 없어서’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을 멀리하지만, ‘가난’의 지표는 그러한 소외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소득이 없는 것이 가난한 것이고, 가난을 극복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