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선의 "모퉁이에서 책읽기" _ 김승옥의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 일다 www.ildaro.com 나는 김승옥 작가의 을 좋아한다. 스무 살 무렵 읽은 은 지방의 소도시에서 보내던 내 입시생활의 갑갑함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에 대한 염오를 대신 토해내 주는 양 다가왔다. 지독한 회의와 쓸쓸함이 안개처럼 밴 그 문장의 매력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삶의 쓸쓸함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생경한 느낌의 세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구나, 하고 나는 홀렸다. ▲ 김승옥 작가의 “언젠가 여름밤, 멀고 가까운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마치 수많은 비단조개 껍데기를..
부치지 못한 편지 – 소중한 내 친구에게 사이바라 리에코 “여자 이야기”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 일다 www.ildaro.com 우리를 기억하는 나무에게 서영 씨, 미안. 그리고 보고 싶어.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편지를 쓰게 되었어. 다시 가보지 않는 곳은 세상에 없는 곳이지. 나는 안 갈 거고, 그건 서영 씨도 그럴 거야. 우리가 살았던 그 아파트 기억하지? 암, 기억할 거야. 난 장담해. 서영 씨도 나처럼, 그 아파트의 낡은 현관이며, 냄새 나는 엘리베이터며, 난방이 잘 안되어 늘상 춥고 습하던 방들을 샅샅이 기억할 거라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