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건강권 문제로 바라본 ‘성폭력’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선생님, 내가 뭘 잘못했소?” 전화기 너머로 따지듯 말했다. 그가 지쳐가고 있었다. 그의 억울함과 분노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억울함이 꾹꾹 눌러 담긴 그때의 목소리를 아직 희미하게 기억한다. 2001년, 나는 여성단체에서 상근을 하고 있었고 그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로 상담을 해온 내담자였다. 생산직 노동자이고, 중년여성이자, 가장이었던 그는 사내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들 ‘대표’로 문제 제기한 내담자였다. 정말 용기 ..
난세를 주파하는 ‘몸의 힘’ 몸 탐구③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풀 뽑는 할머니의 고요하고도 단단한 몸짓 아침부터 뒷집 할머니가 밭에서 풀을 뽑고 계신다. 그 뒷모습이 마치 움직이지 않는 정물 같다.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조금 후에 보면 저만치 가 계신다. 분명 움직이고 있는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 동작이다. 밭을 매고 있는 할머니에게서 느껴지는 저 고요함은 무엇일까? 지금 하고 있는 일 이외에는 다른 것이 없는, 그리하여 자신이 바로 그 일이 되어버린 자의 모습. 풀을 뽑으면서 마음속으로 여기도 뽑아야 하고 저기도 뽑아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