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집시’ 박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라드밀라 아닉① 독일에서 망명신청자(asylum-seeker) 신분으로 살고 있는 난민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리타님이 번역, 해제를 달아 소개합니다. 이 연재는 베를린의 정치그룹 국제여성공간(IWSPACE, International Women Space)에서 발행한 에 수록된 내용으로, 이주여성과 난민여성으로 구성된 팀이 다른 난민여성들을 인터뷰하여 1인칭 에세이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세 번째 에세이 “유럽인들은 ‘그들의 유럽’에 우리를 원치 않는다”(The Europeans don‘t like us in “their” Europe)의 주인공은 로마니 민족인 라드밀라 아닉(Radmilla Anic)으로, 세르비아에서 자립을 원하는 여성들을 돕는 사회복지단체를 이끈 인..
성폭력이 내게 남긴 ‘질문들’ 그 답을 찾아서생존자가 쓴 책 와 고작 5~6살이었던 나를 성추행 한 가해자는 누구였을까? 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기억나는 것도 없다. 사람의 기억이란 잔인하게도, 가해자의 얼굴이나 이름을 남긴 게 아니라 그가 나에게 어떤 걸 요구했고 그가 했던 행동이 무엇이었는지만 선명하게 남겼다. 그 일은 나에게 ‘금기’ 같은 거였다. 그 당시에 누구에게 말을 한 적도 없었고 이후에 종종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그게 나의 꿈이나 환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야 했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그 기억을 지우고 묻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가? 이상한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라고 날 의심하거나 책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