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어도 이젠 춥기보다는 시원하게 생각되는 계절이 되었다. 어제 아침, 활짝 창문을 열어놓고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초등학교에서 마이크가 켜졌다. 학교 담장을 타고 음악과 함성과 구령소리가 뒤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맞아, 아이들이 오늘 운동회라고 했지!” 다른 소음들처럼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도리어 나도 한번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할 일을 쌓아 놓고 갈 수 없다고 핑계를 대 보지만, 운동회를 하는 아이도 없고, 누구한테 초대를 받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곳을 기웃거릴 수 없다는 게 더 솔직한 이유다. 그러고 보면, 운동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단 한번도 운동회를..
일상으로 더 가까이 들어온 지역촛불 지난 해 5월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은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모습이 됐다. 이후 우리는 ‘촛불’이라는 말에 더 많은 의미를 담게 되었고, 촛불이 만들어가는 변화에 대해 기대했다. 그것이 눈에 띄는 변화이건, 가려져 있거나 잠재되어 있는 것이건 간에. “정치색이 달라도 촛불은 함께한다.” 지난 6일, 서울 고덕동 이마트 앞에서 만난 촛불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지난해 5월 서울 한복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후로 인터넷카페 ‘강동촛불’을 중심으로 계속적으로 만나면서 지역자치를 일구어가고 있었다. ‘강동촛불’ 회원들에겐 1년 전 촛불집회가 과거형이 아니다. “아이들이 먼저 들어준 촛불”에 화답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촛불을 들었다”는 ‘함께살자’(35세 여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