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향해 걷기에 나서다 집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하천 길을 따라 걸을 때면 거의 언제나 ‘한강까지 23.5km’라는 작은 표지판 곁을 지나치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언젠가부터 그렇게 계속 걸어 한강까지 꼭 가봐야겠다는 소망이 생겨났다. 하지만 매번 마음만 있을 뿐 ‘날씨가 너무 추워’, ‘비가 오는 날은 곤란하지’ 하며 날씨 핑계를 대거나, ‘시간이 안 나서…’ ‘도시락도 준비해야 하는데’ 하며 일상의 리듬 탓으로 돌렸다. 또 몸 상태를 이유로 장거리 걷기에 대한 자신감을 미리 상실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더 더워지기 전에 한강에 가자’며 결심을 굳히고,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다. 낮에는 한강물을 바라보며 쉴 생각으로. 계획대로라면 7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하천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게 된..
문제는 아이가 아니다 상빈이 어머니의 소개로, 올해 7살인 아이와 그의 어머니를 만났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인데, 아이를 한번 봐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뭐라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아주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나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고, 지난 주 어느 날 아이와 어머니를 만났다. 우선, 아주 간단한 창의성 테스트를 하나 해보았다. 구성적인 표현력은 부족했지만, 자기 그림에 대해 설명은 잘 했다. 나와 몇 마디 말을 나누었을 뿐이지만, 금방 붙임성 있게 친근한 표정과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명랑하고 사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추측도 할 수 있었다. 또 주변에 호기심도 보이고 의사표현도 분명하게 잘할 줄 아는 아이였다. 아이에게서 지적인 문제나 정서적인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