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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비정규직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 9. 12. 00:10
대학을 졸업한 직후 KTX에 입사한 승무원들. 2년 반 정도 일하면서 실제 근무조건이 사측의 얘기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불법파견과 성차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이 농성장에 선 지 3년째다.
 
KTX,새마을호 승무지부의 오미선 지부장은 사회에 첫발을 디딘 20대 젊은 여성들의 삶에 지난 5년 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상징적으로 설명했다. 노동현장에서 일한 시간보다 농성을 한 시간이 더 길다고. 일상이 곧 투쟁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기란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라고.
 
노동쟁의 이면에 가려진 개개인의 삶에 대해서도 공감하자
 

KTX,새마을호 승무지부 오미선 지부장

비정규직 분규의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알려진 KTX.새마을호, 이랜드, 코스콤,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1년 남짓한 시간부터 길게는 3년 가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당면한 문제는 전체 비정규직의 문제로서 부각되었지만, 당사자들이 투쟁의 과정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떻게 살아오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 갖는 이는 드물다.

 
빼앗긴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대의 속에, 투쟁하는 개인으로서 겪는 삶의 고통은 스스로의 몫으로 삭혀야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절망으로 시달리는 이들에게, 최근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위로와 도움의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노동건강연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의학적인 도움과 동시에 사회적인 공론화에도 나섰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사무국장(산업의학 전문의)은 KTX와 이랜드, 코스콤 사태에 대해 ‘비정규직 사안의 대표성을 띠는 노동쟁의로서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가려진 개개인의 삶에 대해서도 사회가 공감하길 바란다’고 이번 실태조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정신질환 가능성 큰 집단, 일반인구집단의 7.3배 비율

전문적인 정신증상 조사도구(Symptom checklist-90-revision, SCL-90-R)를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분규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는 예상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78명, 남성 42명으로 전체 120명의 노동자 중에,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관리가 필요한 집단의 비율은 35.0%로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2.2배 많았다. 또한 정신질환에 걸려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집단은 18.3%로, 일반인구집단보다 무려 7.3배에 달했다.

 
많은 이들이 이른바 화병이라 불리는 증상들, 공포와 불안, 조울증,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자살충동을 경험하는 이들도 전체의 35.9%나 되었다.

 
30대 이상의 여성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이랜드 조합원들은 생활고와 아이들 교육에 대한 걱정, 건강 손실에 대한 염려 등의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코스콤 비정규지부 조합원들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한편 노동시장에 막 들어선 시기인 만큼, 같은 연령 대의 다른 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상대적으로 이질감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심적 고통은 남달랐다.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 있을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에 겹쳐서, 상급노동조합에 대한 불만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정의가 실현되도록 사회적 해결방안 찾아야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정인열 부지부장

정신과 전문의 이영문(아주대 의대 교수)씨는 사회계층간 격차와 빈곤, 상실, 그리고 직접적인 스트레스가 정신건강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이 네 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정신건강이 크게 위협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얘기다.

 
이영문 교수는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정신건강이 나빠진 만큼,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사라질 경우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기쁨이나 분노, 만족, 슬픔 등의 다양한 감정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르게 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앞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장기간 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장 힘겹게 만드는 요인은, 이 싸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300일 넘게 여의도 본사 앞에서 비닐천막을 치고 파업농성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스런 상황을 전하며, 정인열 부지부장(증권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은 ‘2년이고 3년이고 시간이 걸린다 해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라고 말했다.

 
변호사 강문대(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씨는 ‘법적으로 보았을 때 이들 비정규직 사안들은 위법성이 이미 인정되었거나 답이 다 나와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사태에 직면해있기 때문에 법조인으로서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노동건강연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사회적인 정의’ 문제에 해당하는 만큼, 해결 과정도 ‘사회적인 해법’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www.ildaro.com [일다] 조이여울

댓글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08.09.12 06:58
  • 프로필사진 우리 서민들 저는 고액 연봉 금융노동자입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가 저와 같지 않습니다. 제동생들과 주위 친구들을 보면 너무 적은 급여로 힘들게 일을 하고 있고 절반은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파견근로입니다.
    노동의 유연성도 좋지만 우리노사가 조금씩 양보해서 고용의 보장이 되고 최소한의 생활할수 있는 임금이 보장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KTX 비정규직은 정부에서 나서서 고용보장했으면 합니다
    2008.09.12 09:04
  • 프로필사진 나도 비정규직 저역시 비정규직입니다. 오랜 비정규직의 생활으로 절망,분노,슬픔, 불만과 스트레스들의 감정은 제게도 어마어마하게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정도의 고통은 어쩌면 제 생명도 단축시킬수 있겠다 생각과 힘든시간과 고민의 시간들을 보냅니다.


    비정규직도 우리 사회의 엄연한 일원입니다. 뭔가 이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할 숙제가 아닌가합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은 이미 윗분 말슴대로,계약직, 파견직, 용역업체직원, 일용직 등등의 이름으로 가족, 친척, 이웃이 이 이름으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으니까요...

    정녕 내 가족, 이웃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꾸리기 원한다면,
    이젠 이부분을 수면위로 떠올려서 진지하게
    논의가 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8.09.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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