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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가난은 개인의 문제 아니다”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 9. 18. 10:37

“가난은 개인의 문제 아니다”
日 ‘반(反)빈곤 운동 네트워크’ 활동가로부터 듣다
 
2005년과 2007년 기타큐슈 시에만 두 차례에 걸쳐 아사사건이 일어났다.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부자나라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일본사회도 더 이상 빈곤이 제3세계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에 따라 빈곤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자는 반(反)빈곤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반(反)빈곤 운동 네트워크’ 활동가이자 <페민>의 기자이기도 한 아카이시 치에코씨를 6일 만나, 반(反)빈곤 운동의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카이시씨는 특히 노동시장과 복지정책의 연관성을 강조했는데, ‘근로빈곤’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 크다.
 
PC방 난민, 맥도날드 난민 등 ‘워킹푸어’ 늘어
 
▲ ‘반(反)빈곤 운동 네트워크’ 아카이시씨 ©일다
2007년 생활곤란자 지원단체, 싱글맘, 다중채무자 단체, 노숙자 지원단체, 신생 노조, 연구자, 저널리스트, 변호사 등 30여 개의 다양한 분야의 단체들이 모여 ‘반(反)빈곤 운동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들은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나태함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임을 알렸고,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아카이시씨는 일본 사회에서 2006년부터 ‘워킹푸어(Working Poor)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살 곳이 없어서 6시간에 1천엔을 주고 PC방 소파에서 자는 “피씨방 난민”과, 커피 한잔을 사고 밤을 지새는 “맥도날드 난민”들이 늘고 있으며, 이들은 일용파견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反)빈곤 운동 네트워크’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의 증가가 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남성의 18%, 여성의 53%(전체 32.5%)가 비정규 노동을 하고 있다. “노동자파견법이 1990년대 말 개정되면서 파견허용 직종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큰 계기가 됐다. 또 일용파견과 위장청부 등 불법고용행위도 많아졌다.
 
아카이시씨는 “노동의 기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복지의 기회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불안정 고용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의료보험, 연금, 고용보험에서 제외되거나 이를 감당할 재정형편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중산층이 옅어지고 빈곤층이 두터워지면서 생활보호 수급대상자가 1백만 세대로 급증하자, 생활보호 수급자 중 70세 이상 고령자와 모자가정에 지급되던 노령가산금과 모자가산금을 폐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보호 수급대상자의 수급신청을 반려하는 작전을 꾀했다. 한편, 금리가 하늘을 찌르는 소비자금융도 금융회사들만 배 불리며 수많은 사람들을 빈곤의 늪으로 빠뜨렸다.
 
이처럼 빈곤, 특히 ‘근로빈곤’의 문제는 노동시장과 복지정책, 금융정책이 맞물리는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일본사회에서는 ‘자기 책임론’이 팽배해있었다고 한다.
 
아카이시씨는 급식비 체납자들이 증가하자 “못된 엄마들이 늘어난다”고 질책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의 범위가 줄어들어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 라는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빈곤 당사자들까지도 ‘내가 잘못해서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의 반(反)빈곤 운동은 이 같은 ‘자기 책임론’을 넘어 빈곤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정책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확산시키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구조개혁 심판, 기업에도 책임 물어
 
▲  아카이시 치에코씨   © 일다
‘반(反)빈곤 운동 네트워크’는 일본사회의 빈곤문제에 대해 정책적인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모아 고이즈미 전 총리의 구조개혁에 대해 비판했다. 이는 작년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카이시씨는 기업을 상대로 한 반(反)빈곤 운동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가 대기업 ‘굿윌’과 사진기로 유명한 ‘캐논’이다.
 
굿윌은 노동자 일용파견을 통해 ‘데이터소비세’라는 명목으로 노동자의 수입 3%를 챙겨오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작은 신생노동조합이 생겨나 ‘소비세 반환운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법적인 싸움을 벌였고, 결국 올해 폐업을 하게 됐다.
 
캐논은 청부를 위장한 불법파견, 즉 ‘위장청부’ 형태의 고용을 확대해 논란이 된 기업이다. 이로 인해 반대여론이 커지면서 후생노동성으로부터 개선 지도를 받았고 현재는 직접고용형태가 늘어났다고 한다.
 
아카이시씨는 빈곤에 저항하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소개하며 “생활보호비 기준 인하에 대해 반대하고, 싱글맘의 아동부양수당 삭감을 저지시키고, 의료보험을 민간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막는 등” 반(反)빈곤 운동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빈곤의 문제를 ‘남성’의 문제로 바라보는 반(反)빈곤 운동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하고 있으며, 28일에는 “여성과 빈곤” 관련한 집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고주영님이 통역과 번역을 하였습니다.

2008/09/18 [10:10] 여성주의 저널 일다 기사 바로가기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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