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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조혜인 변호사에게 듣다(하)

 

한국 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이 법을 살펴보기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인 조혜인 변호사를 만났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에서 활동하는 조 변호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주요 쟁점에 이어, 이 법이 바꾸게 될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망했다. 

 

*인터뷰 1편: “성차별 다루는 법학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주장하는 이유” https://ildaro.com/9054

 

≪일다≫ 성차별 다루는 법학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주장하는 이유

작년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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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2편: “차별을 금지한다는 건 ‘괴롭힘’, ‘성희롱’ 예방하는 일” https://ildaro.com/9055

 

≪일다≫ 차별을 금지한다는 건 ‘괴롭힘’, ‘성희롱’ 예방하는 일

한국 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이 법을 살펴보기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인 조혜인 변호사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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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별금지법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차별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 외에도 피해자 구제나 가해자 처벌, 그리고 예방조치 등에서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요? 지금도 특정 차별에 대해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불가능한 건 아닌데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건, 절차상으론 비슷합니다. 지금의 진정 절차를 따르도록 되어 있거든요. 차이가 생기는 부분은, 일단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국가인권위가 쓸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매우 많아진다는 거예요. 지금은 차별에 대한 조항이 딱 하나거든요.

 

한 예로 성희롱 사건의 경우를 보면,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이 고용 영역과 공공기관에만 한정되어 있는데 그 범위가 넓어질 수 있고요. 괴롭힘의 경우는 아예 규정이 없어서 사실 괴롭힘에 관한 진정이 들어와도 인권위가 처리를 못합니다. 또, 현재 발의되어 있는 차별금지법엔 인권위원회 ‘권고’가 아니라 ‘시정명령’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지금과 큰 차이가 생기죠. 시정명령은 좀 더 강제적인 거니까요.”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사무실에서 조혜인 변호사를 만났다. ©일다

 

-권고가 아닌 ‘시정명령’, 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

 

“법원으로 가는 경우에도 큰 차이가 생겨요. 지금도 민사소송을 할 수는 있습니다. 민법상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거는 거죠. 고용 영역 외에서 발생한 성희롱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냐고 묻는다면, ‘나에 대한 불법행위’라고 해서 민사소송을 진행할 순 있습니다. 다만 민법상 불법행위의 경우, 피해자가 할 수 청구가 손해배상 밖에는 없다는 거에요. 차별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말고도 ‘차별을 멈춰라, 이런 차별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라’ 이런 요구가 더 중요할 수도 있잖아요. 근데 지금은 그러한 근거조항이 없기 때문에 법원이 그런 판결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소송을 거는 건 가능하지만 소송에서 이기는 게 무척 어려워요. 민법상 불법행위 소송을 하게 되면 피해자가 원고가 되는 거거든요. 그럼 그 사람이, 청구하는 내용의 모든 것을 다 입증해야 돼요. 근데 차별은 정말로 그렇게 입증하기 어려울뿐더러, 기본적으로 차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다 상대방에게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차별을 입증한다는 건 되게 어렵죠. 그래서 외국도 마찬가지고 지금 발의된 차별금지법, 개별적 차별금지법도 이런 소송이 진행되었을 때 피해자의 불리한 지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예요.

 

차별금지법엔 그런 부분이 포함되어 있죠. 입증 책임을 배분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이 들어가고. 또 손해배상액도 일반적인 손해배상 말고 악의적인 차별의 경우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할 수 있게 하는 조항, 고용 영역에선 사용자 측이 고용 관련 자료들을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 등. 그리고 피해자가 소를 제기한 단계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소송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있습니다.”

 

▲ 5월 18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간담회에서 조혜인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다


-‘의도 없는 차별’도 시정 대상…가해자 처벌보다는 구조 바꾸기

 

“가해자 처벌 면에서 봤을 땐, 사실 차별금지법이 속 시원한 법은 아닐 순 있어요. 물론 차별의 속성이나 행위에 따라 가해자를 형사 처벌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많은 차별이 어떤 한 행위자가 굉장히 나빠서 일어나는 일이라기보다는, 사회 자체가 차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형사 처벌을 하려면, 가해자가 고의나 최소한 과실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어떤 차별은 고의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차별금지법에서 말하는 건, 차별할 의도가 없어도 차별이면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도를 따지는 형사처벌과는 프레임이 좀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행위자를 강하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접근보다, 어떻게 차별을 짚어내고 그 차별을 잘 입증하고 차별적인 사회를 바꿔나갈 것인가를 좀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 차별금지법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가 여러 측면에서 드러나네요. 하지만 일각에선 법이 생긴다고 차별이 사라지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법이 있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많이 봐왔잖아요.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을 꼭 제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칙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차별을 시정할 의무가 있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법입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헌법상 평등권을 실현해야 하는 의무가 국가에게 있으니까요. 그런데 기본권 중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일반적인 법률이 없다는 건, 굉장히 이상한 상황이거든요. 개별 법만 조금 있을 뿐이지. 이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해서 국가가 뭘 해야 되는가를 규정한 법률이 지금 없는 거예요.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국가에게 평등권을 실현하고 차별을 방지할 책무가 있고 그걸 위해 여러 가지 기본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죠. 우리 사회의 차별을 끊임없이 점검하면서 어떤 식의 차별이 있는지, 차별적인 제도나 관행이 있는지 확인하고 시정하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제작한 "[캠페인] 차별금지법,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 카드뉴스 중에서

 

-‘사과문만 내고 끝’이 아니라 차별을 멈출 책임 부여

 

“두 번째 이유는, 예를 들어 고용 관련 차별이 문제 제기되고 폭로되었을 때 기업들이 그냥 알량한 사과문을 내고 끝낸다는 점이에요. 사과문도 뭘 잘못했다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런 내용이잖아요?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차별이란 ‘괴롭힘’과 ‘성희롱’까지 포함하는 것이고, 기업에서는 그런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거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가 있다는 것도.

 

지금은 기업들이 그걸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기업들이 차별금지에 나서주면 그저 고마운 일이고 호의가 되는 실정이에요. 차별을 겪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어떻게 차별을 피할까 고민하고, 차별하는 쪽에서 이 차별을 멈추거나 방지하기 위해서 뭘 해야 될지 전혀 고민하지 않는 상황인 거죠. 그걸 고민하면 좋은 사람인 거고, 아님 어쩔 수 없고. 이상하잖아요? 그 고민의 책임을 정의롭고 공정하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규정하는 게 차별금지법이고요.“

 

-차별에 ‘대응’하는 사람들 늘어나면 사회가 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확실히 법이 있느냐 없느냐는 사람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71.7%의 응답자가 차별을 겪어도 ‘대응하지 않았다’고 답했어요. 또한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나 기관이 공권력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 가족이었다는 거죠.

 

반면 차별금지법(독일의 경우, 일반평등대우법)이 있는 독일에서는 60%의 사람이 ‘대응을 했다’고 한다는 거죠. 그렇게 대응을 한 경우에도 8%만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했지만, 중요한 건 법이 있음으로써 사람들이 움직이고 변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대응을 하기 시작한다는 거죠. 물론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럼에도 대응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확실히 사회가 바뀌는 거거든요.

 

전 법이 사회를 바꾸지 않지만, 법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하기 때문에 변화한 사람들이 사회를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시민들에게 ‘어떤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식적인 지위가 생긴다’는 관점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봐요. 또한 법률이 생겼는데 잘 작동하지 않더라도,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냐고 말할 명분이 생기는 거죠. 그런 면에서 차별금지법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주연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은 6월 23일까지 진행된다. https://bit.ly/equality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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