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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의 사심 있는 인터뷰] 페미니스트+퀴어 시사정치 토크쇼 ‘권손징악’팀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데이트 초기부터 헤어짐, 이별 후 과정까지 피해자의 눈으로 낱낱이 재해석하며, 데이트폭력이 일어나는 과정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며 데이트폭력의 전모를 밝힌 책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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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좀 달래요, 희망을 듣고 다음 얘기로 넘어가죠”라는 말이 나오자, 희망에 대한 대답 대신 맥주캔을 딱 따버리고, 코로나 재난에 관한 이슈와 보궐선거를 있게 한 성평등 이슈를 날려 버린 채 선거판에 재만 뿌린 더불어민주당 386세대 남성 정치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진다.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지는 이 현장은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의 날 저녁, 유튜브 <큐플래닛> 채널에서 진행된 “시작부터 망한 보궐 선거 한풀이 개표방송 - 2부”다. 문화평론가 손희정, 여성학자 권김현영, 비온뒤무지개재단 신필규 활동가가 함께 한 이 방송은 라이브로만 진행되는 ‘한정 이벤트’인 만큼 ‘뜨거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얼마 후, 개표방송을 진행했던 세 사람이 다시 뭉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부터 만만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페미니스트+퀴어 시사정치 토크쇼 ‘권손징악’으로. 5월 6일 방송된 첫 화에선 ‘이대남’(20대 남자 표심)에 매달리는 정치판부터 안티 페미니즘 현상을 다뤘고, 20일 방송에선 과감하게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군대 이슈를 다뤘다. 6월 3일 방송에선 핫이슈인 백래시(성평등한 변화에 대한 반발과 공격)에 대한 이야기로 뜨거웠다.

 

▲ 유튜브 채널 <큐플래닛>의 ‘권손징악’ 2화 라이브 현장. 왼쪽부터 문화평론가 손희정, 비온뒤무지개재단 신필규 활동가, 여성학자 권김현영.   ©일다

 

정치에 얕은 애증의 ‘덕심’을 가지고 있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 멈추지 않고 달리는 설국열차의 기세로 나아가고 있는 ‘권손징악’의 등장은 답답한 세상에서 간만의 설렘을 느끼게 해줬다. 토크쇼를 만드는 세 사람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만나서 즐거운 수다를 나눴다. ‘손희정의 시사 유니버스’와 ‘권김현영의 영페미 진로선택 비하인드’까지. 기사에 다 담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지만, 현장의 유쾌함을 최대한 전달해 보고자 한다.

 

-‘권손징악’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시사정치 토크쇼 제목으로 너무 절묘한 이름이라. 

 

손희정(이하 손): 권김현영 님이 이름 짓는데 귀재거든요.(웃음)

 

권김현영(이하 권김): ‘권손징악’이 정식 방송 같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본 없이 주제 정해서 수다 떠는 느낌?! 약간 편한 채널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정식으로 만든 정치시사 프로그램들 많지만, 사실 잘 안 듣잖아요. 그래서 웃기고 재미있는 방송을 생각했고. 우리도 좀 혼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웃음)

 

손: 그들을 징악하고 싶다?

 

권김: 그렇죠. 그리고 어떤 문제들이 있다는 걸 좀 유쾌하고 풀어보고 싶었고요. 그러기 위해선 (진행자들의)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넣어야 되나? 싶었는데 제 이름이 되게 힘들잖아요. 20년 알고 지낸 사람도 권김현영 발음을 못해.(웃음) 그래서 ‘권손’ 조합을 생각해낸 거죠. ‘권선’이랑 비슷한 느낌이라 입에 잘 붙더라고요. 그리고 징악이 악을 징벌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악은 즐겁다는 의미도 있잖아요? 그런 이중적인 의미를 생각한 거죠. 

 

-방송 마지막에 징악할 사람을 정해서 삼징, 사징, 오징 이렇게 순위를 매기잖아요. 징의 등장도 강렬했는데 말이죠.

 

신필규(이하 신): 비온뒤무지개재단 사무국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요. 비판을 하든, (유튜브 슈퍼챗으로) 후원이 들어오든, 그 때마다 징을 치면 좋겠다고 해서…. 징을 산 건 아니고요. 꽤 비싸더라고요. 조금 저렴하게 징을 대여하는 곳을 알게 되어서 쓰고 있어요. ‘권손징악’의 시그니처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럼 실제 징을 가지고 와서 쳐보자, 이렇게 된 거죠. 콘텐츠 라는 게, 눈에 띄는 액션이 없으면 금방 잊히더라고요.

 

권김: JTBC에서 했던 <썰전>도 초반에, 방송 마지막 즈음에 박 깨고 그런 걸 했었어요. 처음엔 웃기고 유치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또 기억에 남는 거예요. 수치스럽게도.(웃음)

 

-손희정 님은 <큐플래닛> 시작부터 ‘손희정의 TMI’를 해 온 인연이 있지만, 권김현영 님은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건지 궁금했습니다.

 

권김: 보궐선거 개표 방송 끝난 다음에, (내년) 대선 전까지 뭘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정치시사에 관해 얘기하는 걸 해보자고 제안을 한 거예요.

 

손: 2017년에 비온뒤무지개재단 행사로 <페미니스트 정치덕후 권김현영의 즉문즉설 “앨라이와 대통령”>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너무 재미있거든요. 제가 질문을 던지고 권김 님이 답을 했는데 쿵짝이 잘 맞는 거예요.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보궐선거 개표방송을 같이 한 거죠.

 

▲ 비온뒤무지개재단 주최로 2017년 3월 22일 서울시NPO지원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된 <페미니스트 정치덕후 권김현영의 즉문즉설 “앨라이와 대통령” ~성적소수자의 인권과 한국정치를 함께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현장   ©비온뒤무지개재단


권김: 즉문즉설 때, 손희정 님이 내가 원했던 질문들을 해줘서 말이 술술 나오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번에도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과 자신이 궁금한 질문의 톤을 잘 잡아서 정확하게 얘기해주니까, 대본이 없이도 말이 너무 잘 나오더라고요.

 

손: 전 뉴스를 많이 보는데, 정말 궁금한 건 잘 얘기 안 해주고 똑같은 얘기만 반복되더라고요. 특히 시사판이 너무 남성중심적이어서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현영님한텐 제가 정말 궁금했던 걸 물어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권김: 제가 봤을 때, 페미니스트들 중에 정치시사에 관심 가지고 발언하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관심을 가지려다가도 너무 재미없고 답답해서 빠져나오죠.(웃음) 근데 손희정 님은 계속 지긋지긋해하면서도 관심을 가지는 게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손: 제가 이상한 걸 보는 걸 좋아해요.(웃음)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팠고, 김어준도 팠고.

 

권김: 사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아니더라고요. 지금 정치판에 대한 거나 요즘 이슈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걸 신나서 얘기하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들이 지겨워하는 걸 빼고 얘기하니까요. 사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가 남성들이고, 내용도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려웠던 거였더라고요.

 

-두 분이 각각 ‘시사덕후’, ‘정치덕후’라고 소개되는 것도 재미있어요. 덕후가 된 과정을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손: 전 ‘이야기’를 워낙 좋아하고 그래서 영화도 공부한 거예요. 저한텐 한국의 시사판이, 어떤 세계관을 가진 일종의 유니버스거든요. 예를 들어 <김현정의 뉴스 쇼>, <최경영의 최강시사>, <김종대의 뉴스업>에 나오는 시사평론가들이 거의 똑같은데, 프로그램마다 약간 다른 역할을 맡아서 이야기를 보완해 나가요. 그리고 이게 점점 확장되어서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거죠. 또 어느 프로그램에 안 나오더라도 다른 데서 또 등장하고. 전 그런 한국 시사 유니버스를 쫓아다니면서 캐릭터들의 변천사를 보는 게 즐거워요.

 

신: 손희정 님이 뉴스덕후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홍보했는데, 시사덕후인가요?!

 

권김: 시사덕후가 맞는 거 같아요. 시사평론가들을 파는 거잖아요.(웃음)

 

손: 각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출연하는 시사평론가의 관계를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거든요. 사실 전 영화 보는 것 같은 감각으로 보는 거라 어떤 통찰이 있는 건 아닌데, 현영님이 그런 부분을 메워주니까, 저한텐 또 새로운 이야기가 생긴 거죠.

 

권김: 오, 저도 이제 한 명의 시사평론가로 등장한 건가요?! 그 유니버스에 새로운 캐릭터로?(다같이 웃음)

 

손: 근데 정말 여성 시사평론가의 수가 적어요. 제가 출연하고 있는 KBS <뉴스브런치> 같은 경우엔 제작진이 여성 시사평론가를 발굴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로 봤을 땐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요.

 

-이제 권김 님의 사연도 들려주시죠. 어떻게 정치에 특히 관심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권김: 2000년대 초 페미니스트 운동을 하는 동안 여러 일들을 겪었어요. 기존 운동단체와 맞지 않다고 생각된 부분도 있었고요. 여성학 석사 끝내고 진로를 고민하다가 한국여성재단에 취업을 했어요. 거기서 일하며 많은 걸 배우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박영숙 선생님(여성운동가이자 정치인. 13대 국회 때 평화민주당 전국구 1번으로 국회에 진출했으며 1993년 민주당 최고위원,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함)의 존재였어요. 故 이희호 여사와도 가깝게 지내면서 1950년대부터 한국정치사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걸 다 하신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경력을 가진 여성정치사의 거물이죠. 박영숙 선생님에 대한 걸 파다 보니까, 한국의 여성정치와 관련된 내가 몰랐던 역사를 발견하게 된 거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전엔, 박영숙 선생님이 지금은 보수적인 여성계로 불리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일했고, 기독교여자청년회(YWCA) 출신이고 그래서, 저랑 정치적 성향이 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보적인 분인 거예요. 내가 생각했던 거랑 굉장히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진영론을 떠나서, 한국의 여성정치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찾아봤어요. 정치인들의 이름과 연혁 같은 것에 이해가 생기기 시작했고, 한국 정치 전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러다 2006년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캠프에서 제안을 받아 초기에 합류하게 되었죠. 그 때부터 훨씬 더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정치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등을. 2008년엔 당시 진보신당 소속이었던 최현숙 작가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할 때 선거캠프에 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그 활동을 하면서 진보정치에 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어요. 대학에서 ‘젠더와 정치’ 수업을 하면서 관련 내용을 좀 더 정리하게 되었고요. 그런 것들이 다 연결되어 ‘정치덕후’ 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답니다.(웃음)

 

▲ 백래시 이슈를 다룬 <권손징악> 3화의 예고 이미지


-‘권손징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시작부터 망한 보궐 선거 개표 방송” 때의 얘기를 좀 해보려 하는데요. 백래시와 안티페미들의 집단행동 등이 보궐선거 이후 더 도드라지고 있다는 느낌인데, 보궐선거의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시나요?

 

권김: 더불어민주당이 지자체장 성폭력 사건과 미투 운동에 얼마나 대응을 못 했는지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죠.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해요. 놀라운 건, 보궐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예요. 정말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20대 남성의 정치적 선택에 집중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죠. 더불어민주당은 보궐선거에 패배했을 뿐만 아니라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진단도 실패하고 있어요. 그 실패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죠.

 

손: 더불어민주당이 자가진단에 실패했다는 건,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여론조사업체에 의뢰해 나온 결과인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에서도 드러났잖아요. (관련기사: 시민들이 본 민주당 이미지 “거짓말, 성추문, 무능한 중년 남성”, 서울신문 2021년 5월 25일자)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로 ‘내로남불’, ‘성추문’, ‘무능’을 꼽았고, 민주당을 ‘무능한 40~50대 남성’으로 생각한다고요.

 

권김: 386세대 운동권 남성들은 자신들이 뭘 할 수 있다고 주장해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가릴 것 없이 다 그래요.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한번 흔들어봤다고 생각하죠. 나에게 계획과 청사진이 있으니 나를 따르라고요. 이게 기본 정서예요. 근데 사람들이 이제 그거 싫다는 거거든요. 그런 식의 리더십은 “아니”라고 하는데도 그걸 못 버리는 거죠. 그래서 지금 비호감을 사고 있고요.

 

상대적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 같은 경우엔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내가 당신들의 마음을 안다’고 하죠. 사실 그 말에 내용은 없거든요. 이준석 후보가 일명 ‘이대남’들에게 인기를 끈다는 건, 어쩌면 그에게서 어떤 내용을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공명해 줄 역할을 바라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런 역할을 바라게 된 건, 386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잘난 척에 질렸기 때문이라고 봐요. 예전에 ‘안철수 현상’도 비슷했어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만들어진 반사효과. 이제 그 이상으로 가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즉 의제와 방법론이 제시되어야겠죠.

 

그럼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대 남성을 잡겠다고 20대 여성을 버릴 건가요? 사실 지금 ‘이대남’ 흐름의 핵심 정서는 이거잖아요. “페미니즘 버려라. 20대 여자가 무슨 차별을 당했어.” 근데 이런 분위기에 동조한다고? 민주당은 “우리가 ‘이대남’을 잡자”가 아니라 “우린 20대 여성을 잡겠다”고 하면서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설득해야 해요. 그 방법을 고민하고 담론을 만들어가야죠. 근데 여긴 집토끼니까 저쪽을 잡겠다고 하다가 다 놓치고 있는 상황인 거예요.

 

-과연 더불어민주당이 그걸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사태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 답답합니다.

 

권김: 못 하겠죠.(다같이 허탈한 웃음)

 

손: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가치를 내세워야 하는데, 실제로 하고 있는 건 국민의힘 이준석 경선 후보 따라서 ‘이대남’ 잡겠다 그러는 거고…. 사실 이준석 후보도 내세우는 가치가 없거든요. 그의 정치적 메시지는 능력주의, 무한경쟁, 엘리트주의죠. 당대표 선거 출마할 때 청년, 여성, 호남 할당제를 다 폐지하고 자료해석이나 컴퓨터 활용능력 같은 시험을 통해 공천을 주자고 주장했고요.

 

모든 걸 수치화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꾸 통계를 가져오는데, 통계를 다각도로 해석할 능력은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에요. 남녀 자살률을 단순 비교한다든지. 무엇보다 통계 자체를 설계하는 관점과 구조가 있다는 걸 일부러 무시하죠. 이 모든 걸 뭉뚱그려 섞어 놓은 것이 그가 말하는 ‘공정’인데,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의 구조 자체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들어가 있어서 실제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구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권김: 더불어민주당이 못할 거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못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담론의 장이 보여지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야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치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요. 근데 지금 정치시사와 관련된 많은 스피커들이 그런 걸 짚어낼 능력이 별로 없고, 오히려 ‘이대남 불쌍하다. 한국의 페미니즘 이상하다’는 식의 말을 얹고 있어요. 그러니까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나,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그런 이야기에 수긍하게 되는 거거든요.

 

▲ 지난 5월 6일 진행된 <권손징악> 1화 하이라이트 영상 중 (출처: https://youtu.be/XvBc5Xt3Fs0)


손: 보궐선거 이후,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고 있잖아요? 근데 시사평론가거나 뉴스 진행자 혹은 기자거나. 지금 시사판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대체로 페미니즘 내부에서 어떤 논쟁과 토론이 있었는지 잘 몰라요. 20대 여성들이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는지, 혹은 워마드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모르죠. 그런 걸 분석하지 못하면서 이준석 경선 후보의 안티페미 선동이 어디가 잘못되었고, 어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 제대로 파악하긴 힘들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페미니스트들이 메갈을 비판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대체 언제적 메갈인지 또 그때 호명되는 페미니스트는 도대체 누구인지, 메갈의 무엇을 비판하라는 건지 분명치 않죠. 아니면 아예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아 버리죠. 최근엔 “페미니즘은 모르겠지만, 이준석은 열심히 잘 하고 있다” 류도 있어요. 그리고 페미니즘 이야기할 때 누굴 불러야 할지 몰라서 안 부르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 부르는 경우도 있어요. 듣기 싫은 소리 안 듣고 싶으니까.

 

권김: 누구에게 마이크를 주고 있냐는 문제도 있죠. 이준석 경선 후보가 성장하게 된 것도 10년 동안 계속 마이크가 주어졌기 때문이거든요. 사실 정치적으로는 성취한 게 없는데, 계속 시사평론가의 위치에 불러줬다는 거죠. 그는 그렇게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쌓은 거예요.

 

손: 누구에게 마이크가 가고 있는지 보면, 정말 불균형해요. 그러니까 여성정치 관련 이야기가 더 안 나오는 거고요. 마이크를 줄 사람이 없어서 마이크를 못 준다는 얘기도 하지만, 지난 10년 간 안 줬으니까 지금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제 마음 속의 원대한 꿈은, 이제 그런 마이크를 가진 퀴어와 페미니스트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유리천장을 깨야 하잖아요? 그걸 우리가 할까?(웃음) 그런 거죠.

 

-그런 점에서 ‘권손징악’이 갖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퀴어채널인 <큐플래닛>에서 권손징악을 만든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신: <큐플래닛>을 시작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비슷한 성격의 채널을 찾기 어려웠거든요. 퀴어유튜브라고 하면 보통 커플브이로그 혹은 퀴어라이프 썰 푸는 그런 류가 많으니까요. 그런 채널들도 역할이 있지만, 저희가 하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요. 성소수자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항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잘 상상하지 못했던 성소수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데 한 2년 하다 보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퀴어들은 계속 드러내는 걸 해야 하고, 퀴어한 걸 계속 보여줘야 하는 건지 의문도 생겼고요. 그래서 퀴어해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퀴어한 걸 해보자며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아찔한 무지개’랑 ‘권손징악’이에요.  퀴어들은 특이하고 힙한 걸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도 시사 얘기하고, 정치 얘기한다. 사실 무관한 게 아니라는 거죠. 예를 들어 페미니즘 백래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백래시가 결국 침묵하지 않고 눈에 띄고 나내면서 말하는 사람들 다 눌러버리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퀴어들은 가만히 있어도 나낸다 그러니까.(웃음) 우리같이 얌전한 사람들이 어디 있다고.

 

권김: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다같이 웃음)

 

신: <큐플래닛>은 퀴어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도전을 하려고 만든 채널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두 분을 모시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걸 우리 채널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 <권손징악> 2화는 ‘여성징병’부터 ‘군가산점’까지,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출처: https://youtu.be/3kWS6K_Ic3E)


-앞으로 ‘권손징악’을 통해 하고 싶은 있다면요?

 

신: 우리 셋 중에 제가 유일하게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인데.(웃음) 권손징악 두 번째 방송하면서 군대 이슈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그냥 문제가 많다고만 생각했지,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지 몰랐거든요. 권김 님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까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라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안 보였던 세상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랄까? ‘정치 너무 염증 나니까 포기해야지, 그냥 난 내 삶을 살아야지’가 아니라 분명 다른 길이 있고,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 힘을 내서 움직일 수 있잖아요. ‘권손징악’이 그런 비전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실질적인 목표는 라이브 방송 때 동시접속자 수 1,000명?!

 

권김: 쉽지 않을 텐데…(웃음)

 

신: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해요! ‘권손징악’ 방송이 목요일 저녁 8시 반인데요. 왜 그 때 생방송을 하냐면, 그 날 <문명특급-컴눈명 시리즈>(SBS 웹 예능 프로그램) 업로드를 하거든요. 우리 라이벌.(웃음)

 

손: 그들이 우리 라이벌이에요? (다같이 웃음)

 

신: 그럼요. 문명특급이 선의의 경쟁자라고요.

 

-이번 기사 제목을 ‘재재는 우리의 라이벌’ 이렇게 뽑아야겠는데요? (웃음)

 

권김: 라이벌 아니고 롤모델이라고 합시다. 롤모델.(웃음) 전 어떤 가교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종종 페미니스트 운동과 퀴어 운동에서 하는 이야기가 이 안에서만 돌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보통 뉴스를 들으면 거기선 우리가 하는 얘기가 안 나오니까, ‘뭔가 구조가 안 맞는다’는 걸 느끼곤 해요. 우리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을 수 없다는 건, 한편으로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일반 뉴스 시청자’한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에 관한 능력치도 좀 쌓아야 한다는 얘기거든요. 페미니즘 이슈를 알던 사람뿐만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들어도 ‘아, 그런 얘기구나’ 하도록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가교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거죠.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활동가는 활동가대로 각자의 지식과 경험, 변화의 방향과 목표를 이야기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일정 정도 번역이 되어야 일반 시민들에게 닿을 수 있거든요. 심지어 아동 성폭력과 같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 같은 문제도 그래요. 구체적인 현실 변화를 위해선 대중감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지식과 경험들이 제대로 말해지고 들려져야 하니까요. 하지만 아직 그런 판이 없었다고 느꼈고, 이제 그걸 만들고 싶어요.

 

손: 페미니스트들 중에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나서 뉴스를 못 듣는 경우도 있어요. 관심을 잃게 되거나요. 저는 그런 시청자 층을 좀 발굴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요. 또 한편으론, 뉴스를 늘 듣는 사람들 중엔 페미니스트만 나왔다고 하면 악플 달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 있거든요. 낯선 사람이 등장하거나 낯선 이야기를 하면 싫을 수도 있겠죠. 익숙한 목소리와 이야기가 좋으니까. 근데 그런 낯섦도 한 2주만 지나면 괜찮아지거든요? 그렇게 낯설어 하는 시청자 층도 익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지금 뉴스들이 보통 국민의힘 목소리 한번 듣고, 더불어민주당 목소리 한번 듣는 ‘기계적 중립 구도’를 띄거나 아님 한쪽으로 편파적이거나 둘 중 하나에요. 지난 보궐선거 때도 서울시장 후보들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특정인들에게 한 번도 마이크를 안 주는 방송도 있었단 말이죠. 그래서 그런 ‘들려야 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럼 과연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게 관건이네요.(웃음)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시사평론과 다른,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신명나는 판이 열리기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이 유니버스에 합류하시라. 다음 방송은 6월 17일(목) 저녁 8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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