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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만드는법 조혜인 변호사에게 듣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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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이후 법안이 발의되고 폐기되기를 반복한 지 14년째. 사회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종교계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염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참고 기사: ‘차별금지법 제정’ 염원하는 개신교인들 국회 찾아 “소수 기독교 눈치보지 말고 제 역할 해 달라”  뉴스앤조이, 2021년 5월 28일자) 그리고 지난 달 2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되었다.

 

청원인은 작년 동아제약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면접을 겪고 이 사실을 공론화한 피해자다. 청원인은 “역사와 연구와 현실이, 차별과 혐오의 제거가 국가 발전의 필수 조건임을 보여줌에도, 국회는 자신들의 나태함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덮고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회와 정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건 “명백한 직무유기”라 비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 https://bit.ly/equality100000

 

이번이야말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때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상황. 그런 열기를 보여주듯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5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여전히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차별금지법에 대해 ‘동성애 조장법’이라거나 차별을 주장하는 사람이 남발할 거라는 등 왜곡된 정보인 경우가 많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사무실에서 만난 조혜인 변호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일다


한국 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이 법을 살펴보기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인 조혜인 변호사를 만났다. 조 변호사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으로, 이번 인터뷰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주요 논쟁점들, 법 제정 이후의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Q.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 피해자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을 올렸습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되는데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음에도 여전히 기업의 채용 성차별은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거고요.

 

“일단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 이후에 적용되는 법이라, 채용 시의 차별 문제를 다루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법조계 쪽에선 대체로 동아제약 건과 같은 채용 성차별을 남녀고용평등법 7조(모집과 채용)로 규제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어요. 사실 전 그런 의견에 불만이 있긴 해요.

 

남녀고용평등법 7조 2항에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있는데요. 여기서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일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해선 안 된다’고 해석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인 거죠. 일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는 행위도 해당한다는 의견을 확대해석이라고 보는 거고요. 전 그게 확대해석이 아니고,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문제를) 남녀고용평등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조항을 기반으로 채용 성차별 문제를 다룰 때, 좀 더 싸움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내가 겪은 것이 차별이라고 설명해 줄 문구가 법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으니까요.”

 

▲ 5월 26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행동(국민동의청원) 돌입 기자회견 - 여성들이 요구한다! 성평등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Q.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는가, 지금도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개별 법이 있는데, 부족한 부분을 개정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논의된 배경을 설명해 볼게요. 우선,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법입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누구나 차별 받지 않아야 된다는 기본권을 천명하고 있는 조항이란 말이예요. 그런데 지금 있는 개별 법들은 사유나 영역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어요.”

 

-차별 받지 않을 권리조차 차별적으로 보장하는 한국사회

 

“일단 차별 사유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남녀고용평등법은 성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 그리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이나 비정규직 파견법 등이 일부 사유를 다루고 있지만요. 인종이나 출신 지역, 학력, 경력,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의 사유에 대해선 개별 법이 없는 상황이죠.

 

차별 영역으로 보더라도 굉장히 공백이 심해요. 보통 고용과 재화‧용역, 교육, 행정의 네 가지 영역을 이야기하는데요. 고용에 관해선 그래도 개별법이 있지만, 교육이나 재화‧용역을 다루는 건 장애인차별금지법뿐이에요. 성차별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지만 이건 고용에만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이나 재화‧용역에서의 성차별은 다루고 있지 않은 상황이죠.

 

지금 한국에선 차별 받지 않을 권리 자체가 매우 차별적으로 보장되고 있어요. 이런 걸 하나하나 개별법으로 다 만들 순 없기 때문에, 모두를 포괄하면서 가장 보편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논의가 나온 거예요.

 

이런 움직임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을 시작했다가 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알게 된 거죠.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개별법만으로는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차별들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많은 차별이 사실은 굉장히 복합적 형태로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복합적인 형태를 개별 법으론 다룰 순 없었죠.”

 

-중첩된 차별 받는 약자일수록 법의 보호 못 받는 모순 해결해야

 

“또한 개별 법만 있는 경우엔, 모순적이게도 여러 가지 차별 사유가 중첩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취약한 사람일수록 법의 보호를 받기 더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겨요. 예를 들어, 여성들 중에서도 ‘난 성별 외엔 차별 받을 만한 사유가 없어. 내가 받는 차별은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겪은 거야’라고 자신의 차별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게 성차별’이라고 주장하기 쉽죠. 그래서 개별 법 적용을 받기도 쉬워지고요.

 

하지만, 다른 사유가 겹쳐 있는 여성은 내가 받은 차별이 정말 온전히 성차별인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거죠.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이주 배경을 가지고 있는 등 다른 사유가 겹쳐 있는 사람일수록 법의 적용과 보호를 받기 쉬워야 하는데, 오히려 내 경험을 성차별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거예요.

 

그런 이유로, 해외에선 젠더법학자들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많이 했습니다. 여성차별을 다루던 이들이 ‘개별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거죠.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한국이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잘 지키고 있는가 심의하고 공고를 할 때,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채택하라’고 권고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여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여성들이 경험하는 교차적인 차별을 다 다루는 법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차별금지법안의 구체적인 해설에 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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