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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이동권 투쟁 20년 되짚어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데이트 초기부터 헤어짐, 이별 후 과정까지 피해자의 눈으로 낱낱이 재해석하며, 데이트폭력이 일어나는 과정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며 데이트폭력의 전모를 밝힌 책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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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노역 투쟁’에 들어갔다 3일 만에 구치소에서 나온 일이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탈시설 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한 예산 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해 온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부과된 벌금(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공공건물침입 등 4,400만원)의 부당함을 알리며,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택한 것이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구치소를 향하는 과정에서도, 호송차량이 저상버스가 아니었던 탓에 호송차량을 타지 못하고 장애인콜택시를 불러야 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들의 투쟁을 지지한 시민들의 모금으로 3일만에 노역이 끝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활동가들이 외친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도 그 중 하나로, 올해 이동권 투쟁 2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차별에 저항하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부대행사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6월 3일까지 열리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20주년 사진전 - 버스를 타자> 중   ©일다


지난 5월 13일부터 3일 동안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선 20년 동안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는 행사들이 열렸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토요일(15일)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부대행사 <#이동권 #20주년 #과거로 #돌아가지_않겠다>가 열렸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 20주년 사진전 - 버스를 타자>는 6월 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부대행사에선 故 박종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 - 버스를 타자>(2002)를 함께 보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활동가들이 패널로 등장해 ‘이동권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0년 전, 오이도역 추락사고로 점화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2001년 1월 22일 지하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용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 노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도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엘리베이터와 달리, 수직형 리프트는 점검 규제 대상도 아니었기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지만, 엘리베이터 도입률이 현저히 낮은 것도 문제였다. 당시 서울시내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도입률은 13.74%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안타까운 참사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 영화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 - 버스를 타자!>(박종필, 2002) 상영 후 진행된 부대행사는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은별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일다


영화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 - 버스를 타자!>는 오이도역 사고 이후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현장을, 역사의 증인처럼 하나하나 증언한다. 장애인이동권연대 활동가들의 시위가 어땠는지, 이들의 이야기엔 무엇이 담겨있었는지. 이에 대응하는 공권력의 모습이 얼마나 무자비했으며 또 한편으론 얼마나 무책임했는지를.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이동권 투쟁 현장의 모습은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금의 일처럼 생생하고 뜨겁다. 그건 지하철 선로 위에서 휠체어로 지하철을 막거나 드러눕고, 버스와 휠체어 그리고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는 ‘과격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다. 활동가들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할 때 흘러나온 “장애인 분들 때문에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안내방송과, 활동가들을 향해 욕을 하는 ‘선량한’ 시민들의 모습이 관객들을 무척 낯부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지금도 낯설지 않은 광경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1월에도 활동가들이 오이도역 참사 20주년을 맞아 지하철 타기 직접행동에 돌입했을 때, 이를 목격한 일부 시민들과 공권력은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을 여전히 반기지 않았고, 오히려 ‘민폐’로 여기며 차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그 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두고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서울시, 국무총리실 실무진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현실에 맞춰서 (이동권 보장을) 해야 한다”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한다. 활동가들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은 투쟁의 현장엔 코빼기도 안 보이지만, 자신이 환대 받을 수 있는 공간엔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그 공간에서 장애인 활동가들은 문전박대다.

 

‘나중에’의 반복 속에서 2002년 또 한번 발산역에서 리프트 추락 사고로 장애인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활동가들은 단식 투쟁에 들어가고, 이동권 확보에 대한 요구는 더 뜨거워졌다.

 

영화에서 보여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 <장애인 이동권 투쟁 20주년 사진전 - 버스를 타자>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6월 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일다


저상버스 도입률 30% 미만…한 대도 없는 지역도 있어

 

20년 전, 정말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활동가들, 영화 속 화면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부대행사 무대에 올랐다. 노들장애인야학궁리소 김도현 상임궁리원, 박종필추모사업회 박경석 회장,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애린 소장이다.

 

박경석 회장은 다큐를 찍었던 故 박종필 감독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드러내며 “이제 그가 없다는 사실이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영화를 40-50번 봤지만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진다는 김도현 상임궁리원은 “여전히 버스를 잡아가며 이동권 투쟁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다”고 했다.

 

물론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박경석 회장의 말대로 “20년의 세월 동안 변한 게 없다면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 엘리베이터 도입율은 현재 91.7%를 달성하고 있다. 문애린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 역사는 총 16곳으로 그 중 4곳은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고, 나머지 12곳은 내년 중에 완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버스의 경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01년 시작된 이동권 투쟁의 성과로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었다. 2007년 정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1차 5개년 계획에 포함된 ‘2011년까지 저상버스를 31.5% 도입하겠다’는 약속은 10년이 지난 2021년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경석 회장은 “전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이 28.4%”라고 설명하며, 현재 3차 5개년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만 “1차 계획 때의 약속조차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문애린 소장은 “서울시가 올해까지 저상버스 도입률 60%, 내년까지 80%를 약속했지만 예산을 핑계로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상버스 도입률은 지역 편차가 심해, 심지어 저상버스가 전혀 없는 지역들도 있다.

 

“2005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되었을 때만 해도 이제 이동권 투쟁은 안 해도 되겠구나, 앞으론 다른 투쟁을 하겠구나 했는데, 아직도 이동권 투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김도현 상임궁리원의 말처럼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 마로니에 공원에서 6월 3일까지 열리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20주년 사진전 - 버스를 타자> 중  ©일다


우리 함께 버스를 타자!

 

6월 3일까지 열리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20주년 사진전 - 버스를 타자>에선 2001년부터 2021년에도 진행 중인 투쟁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의 질감, 배경은 다르지만,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들의 얼굴에선 변함없는 결기가 보인다.

 

버스를 타는 일이 이토록 비장해야 하는 일일까? 집에서 나가기 위해, 일터에 가기 위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하기 위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죽지 않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외침이 20년이나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 묻게 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단지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는 버스 계단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이들을 막았던 탓이고,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예산이 없어서, ‘선량한’ 시민들이 불편해 해서, 계속 뒤로 미룬 탓이다.

 

‘우리 함께 버스를 타자.’ 그걸 할 수 없는 2021년이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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