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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연아 지음
사양 : 130*188 / 215쪽
정가 : 15,000원
출간 : 2021년 5월 13일
ISBN : 979-11-89063-04-7
분야 : 사회과학>여성학/젠더>여성문제
인문학>심리학/정신분석학>교양심리학
담당자 : 윤정은 ilda@ildaro.com
02-362-2034
펴낸곳 : 미디어일다
데이트폭력, 가스라이팅,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성인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험한다는 데이트폭력
데이트 초기부터 헤어짐, 이별 후 과정까지 피해자의 눈으로 낱낱이 재해석하며, 데이트폭력이 일어나는 과정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며 데이트폭력의 전모를 밝힌다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절반 이상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데이트폭력을 당했다고 인지하는 피해자는 드뭅니다. 저 또한 헤어지기 전날에야 그가 한 행동에 데이트폭력이란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너를 많이 사랑해서 그래.”
“사랑한다면서 이것도 못 해줘?”
사랑이라는 말로 정당화되는 폭력들
‘사랑싸움’이 아니라 ‘데이트폭력’이라 인지하기까지
저자는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시절, 직장인 스터디 모임에서 재치 있는 말과 날카로운 분석력, 청소 등 궂은일도 앞장서서 하는 태도,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모습 등으로 주변에서 인정받는 한 남성을 알게 된다. 사회 초년생인 그녀와 달리 그는 이 업계에서 경력이 많고 유능해서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가 어느 시점부터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며 다가왔다. 두 사람은 친밀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알콩달콩 연애하기를 꿈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녀. 그러나 연애가 시작되자 설레고 행복한 시간도 잠깐. 이내 두 사람은 자주 다투게 된다. “다른 사람과는 문제없던 일들이 그와는 다툼 거리가 되곤 한다.” 사귄 지 2개월 차에 쓴 일기의 첫 부분이다.
그녀가 친구들과의 약속이나 지인들과의 모임에 나갈 때마다 그는 언성을 자주 높이곤 했다. “역시 넌 사람을 배려할 줄 몰라.” 그는 그녀가 ‘이기적이고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며 비난했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그의 통제와 간섭이 불편했지만 나에 대한 ‘근심과 보호’라고,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라고 이해했다. 나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도 큰 나머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얼마 후 그녀는 “어느새 그와만 만나고 그와만 대화를 나누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만났으며 하루 평균 너댓 시간씩 통화했다. 그와 모든 일정을 공유”하기까지 이른다. 또 “그가 한 말에 상처 입으면서도 연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다툼’으로 이해”한다.
사랑인지 폭력인지 헷갈린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는 사람과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
2017년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데이트폭력 피해를 경험한 20대 여성들의 경우(복수 응답으로), 이후에도 연인과 관계를 유지한 이유에 대해 ‘헤어질 만큼 폭력이 심하지 않아서’와 ‘노력하면 변할 것이라 믿어서’, ‘여전히 사랑했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사랑’은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다르게 작용한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용서’한다. 그러나 결과물이 폭력인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이해만 요구한다면 과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녀는 서서히 ‘정상적인 연인관계’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하지만 단호하게 그와 헤어지지 못한다. “그를 생각하면 고통스럽고 헤어지고 싶었지만 동시에 문제아를 둔 보호자의 심정으로 그를 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의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연애 당시 인터넷에 업로드했던 일기, 데이트폭력을 분석한 부록들 담겨
이별 후 피해 회복과정에 도움 준 여성단체에 무한한 감사와 지지 보내
책 인세의 전액 지역 여성의전화에 기부하기로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중 4.8%만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답변했다. 데이트폭력은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상 중대한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신고에 소극적인 경향을 띤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2019년 19,904건으로 하루 평균 55명꼴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데이트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일까.
“그에게서 벗어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결코 그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나는 무엇이 잘못된 줄도 모르고,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에 동참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온전히 공감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산다고 한다. 나의 그 ‘한 사람’은 한 여성단체 활동가였다. 그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꽁꽁 감추어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시는 반복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담아, 그를 만난 시작부터 끝까지, 그와 있었던 사건과 그때의 감정을 모두 쏟아냈다.”
“이제 그의 존재는 더 이상 나를 휘두르지 못한다.”
“나는 소중한 존재이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의 실체가 보인다.”
책의 전체 구성은 연애의 시작부터 헤어짐, 이별 후 회복하는 과정까지 시간순으로 담겨졌다. 그리고 저자가 연애 당시 인터넷에 업로드한 일기로 각 장이 시작되며, 이어서 당시 있었던 사건들을 재해석한다. 그리고 각 장의 뒷부분에는 데이트폭력을 분석한 부록들이 실려있다.
즉, 일기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당시에는 ‘폭력’이라 인지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관련 자료들과 전문가들의 연구에 비추어 자신과 그 사람의 행동을 재정리한다.
“이후 가장 공을 들인 일은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왜곡된 인식을 버리고 그와 만난 8개월의 기간을 재해석하는 작업이었다. 그가 내게 왜 그랬는지, 나는 왜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내가 당한 일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하려 했다.”
YES24 https://bit.ly/2T0wEH2
저자 : 연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스스로 인복이 있다고 생각하는 20대 여성입니다. 피해 경험을 잊고 묻어버리기보다 기억하고 정리하기를 선택,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글을 씁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인스타그램 @yeona_diary
차례
프롤로그
당신만 겪은 일이 아니다
1장. 그가 나를 사랑하는데 왜 나는 괴로울까
1~2개월 부인
이상형을 만났다
폭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이런 것도 폭력일까
3~4개월 죄책감
그는 싸울 때마다 나를 탓한다
내가 잘하면 괜찮아지겠지
✚✚✚✚✚ 정서적 학대, 가스라이팅
5개월 깨달음
이건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야
✚✚✚✚✚ 사랑인가 폭력인가
6~7개월 책임
헤어지고 싶지만 그가 불쌍하다
그를 고치려는 노력은 소용이 없다
✚✚✚✚✚ 나는 왜 벗어나지 못했는가
8개월 결심
헤어지자고 할 때마다 폭력은 심해진다
헤어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 안전이별은 가능할까
2장. 그것은 폭력이다
이별 후 1개월 혼란
자책, 분노, 우울
살고자 여성단체를 찾다
✚✚✚✚✚ 유형별 데이트폭력
이별 후 2~5개월 희망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이제야 그를 제대로 보다
✚✚✚✚✚ 가해자의 폭력성 해부
✚✚✚✚✚ 본래 그런 사람일까
이별 후 n개월 성장
나는 더 단단해졌다
✚✚✚✚✚ 성관계에서 동의에 관하여
3장. 폭력을 사랑으로 견딘 이들에게
당신 탓이 아니다
✚✚✚✚✚ 내 주변에 피해자가 있다면?
데이트폭력에 대해 공부하자
✚✚✚✚✚ 도움이 되는 자료들
증거를 수집하고 도움을 요청하자
✚✚✚✚✚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들
에필로그
또 다른 나, 우리
책 속에서
그가 내 주변의 관계들과 나의 행동을 통제하는 동안, 나는 그가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또 그가 나에게 가한 언어적·정서적 폭력을 두고 그는 흥분하면 목소리가 커지는 사람이라고 단순하게 여기기만 했다. 내게 가한 성적 폭력에 대해서도 그가 스킨십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런 것도 폭력일까」, 39쪽
다행히 그의 행동이 폭력이라고 느낀 순간부터 그의 말이 심해질 때마다 통화 내용를 녹음해두었다. 수십 개가 되는 녹음파일에는 그가 내게 한 욕설을 비롯하여 온갖 모욕과 협박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그가 내 나체를 찍은 사진이 수치스러우니 지워달라고 호소했던(그리고 그가 거부했던) 통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휴대폰에는 내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도 그가 연속해서 걸었던 100통이 넘는 통화기록이 찍혀 있었으며, 받으라고 협박한 문자 기록도 있었다. 게다가 그가 내게 보낸 편지에는 그가 한 폭력적인 행동들을 적고 스스로 인정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헤어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112쪽
4회차쯤 되자 상담을 하며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6회차쯤 되자 이야기할 거리가 떨어졌다. 긍정적인 신호였다. 처음에는 8회기로 부족하면 사비로라도 더 받을 것을 각오하고 시작했지만, 상담을 진행할수록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상담 선생님도 나도 8회기를 끝으로 상담을 마치는 데 동의했다.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147쪽
아무리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도 자신보다 힘이 센 조폭 앞에서는 분노를 잘 조절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로 분노조절장애라는 병명은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강자 앞에서는 분노를 잘 조절한다. 그 역시 나약한 노인인 자신의 회사 회장님 앞에서는, 나에게 한 것과 달리 착하게 굴 것이다.
-「본래 그런 사람일까」, 163쪽
‘차 한잔 마실래?’라는 제안에는 평이하게 ‘싫어’라고 만 말해도 거절이 되지만, 왜 스킨십은 화를 내며 거절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거절이 되지 못할까? 싫다는 사람이 괜찮다고 번복할 때까지 여러 번 묻거나, 거절하면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억지로 받아낸 동의가 진짜 동의라 할 수 있나? 그게 강요가 아니면 무엇인가? 책임은 제대로 된 동의를 구하지 않은 그에게 있었다.
-「성관계에서 동의에 관하여」, 178쪽
그는 당신이 만만하기 때문에 화를 낸 것뿐이다. 그는 비겁한 사람이다. 당신이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심리에 기대 당신을 함부로 대한다. 자신의 피해의식을 당신에게 투영한다. 자신의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당신을 깎아내린다. 아마도 그는 당신 앞에서 불쌍한 척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불우한 과거나 불행한 사건을 말하며 당신의 동정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당신은 어쩌면 그 말에 그를 더 품어주려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을 겪은 모든 사람이 폭력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상처를 핑계로 당신이 그의 폭력을 받아주면서 동시에 그를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당신 탓이 아니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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